뷰페이지

[박현갑의 틈새보기] 2000원의 경제학

[박현갑의 틈새보기] 2000원의 경제학

박현갑 기자
박현갑 기자
입력 2018-08-24 14:50
업데이트 2018-08-24 18:4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2000원 아끼려다 덤트기 쓸 수 있어요

위반사실 통지 및 과태료 부과 사전 통지서
위반사실 통지 및 과태료 부과 사전 통지서
얼마 전 과태료부과 사전 통지서를 받았습니다.(위 그림 참고) 시속 60km 속도제한에 75km로 주행해 차량 소유자인 저에게 날라온 통지서였습니다. 통지서를 토대로 경찰청, 금융감독원, 보험협회 등을 취재하다 흥미로운 점을 몇가지 알게됐습니다.

우선 범칙금과 과태료에 대한 설명입니다. 기본적으로 교통법규 위반운전자가 확인된 경우에는 범칙금으로, 미확인된 경우에는 과태료로 부과됩니다. 과태료는 무인 카메라가 적발하고, 범칙금은 현장 경찰이 적발합니다. 범칙금은 벌점이 같이 부과됩니다.

벌점 40점 이상이면 면허정지가 됩니다. 누산점수 1년 121점 이상, 2년 201점 이상, 3년 271점 이상이면 면허가 아예 취소됩니다. 40점 미만의 벌점인 경우 최종 위반일로부터 1년동안 벌점이 추가되지 않을 경우 벌점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벌점은 당해 위반일로부터 3년간 누산 관리됩니다. 범칙금을 내지 않으면 형사처벌인 즉결심판을 받게되는 만큼 유념해야 합니다.

“3만원 vs 3만 2000원”

사전통지서에는 범칙금은 3만원(벌점 0점)이고, 과태료는 4만원에 사전납부시 20%를 감경해 3만 2000원을 내라고 되어 있더군요.

과태료 부과 사전통지서를 받고 위반당시 운전자임을 인정하면 인터넷(www.efine.go.kr)을 통해 과태료를 범칙금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합리적 선택은 3만원이겠죠. 벌점도 없지 않습니까. 과거에도 이런 경우, 전 3만원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취재과정에서 쉽게 결정한 사항이 아님을 알게돼 3만 2000원 납부로 바꿨습니다.

속도위반 2~3회시, 보험료 할증
법규위반에 따른 경력요율 적용예시
법규위반에 따른 경력요율 적용예시 자료:금융감독원,금융소비자 보호처
범칙금을 내면 자동차보험료가 할증될 수 있기때문입니다.(위 표 참고)

보험사는 법규위반 경력이 있는 가입자는 그만큼 사고위험도를 높게 봐 할증하고, 법규위반 경력이 없는 가입자는 사고위험도를 상대적으로 낮게 봐 보험료를 할인하고 있습니다. 

표에 나와 있듯이 한차례 속도위반은 기본 적용이지만 속도제한을 2~3회 위반하면 5% 할증대상이고, 4회 이상 위반시에는 10% 할증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대해 “신호위반, 속도제한 등은 벌점이 부과된 경우에만 위반횟수에 따라 할증이 된다”고 안내했습니다. 즉, 벌점없는 3만원짜리 범칙금은 2~3회 내도 보험료 할증이 되지않지만, 벌점이 병행부과되는 6만원 이상 범칙금은 2~3회 위반시 할증이 된다는 것이죠.

운전경력 증명서에도 범칙금은 남아
운전경력증명서
운전경력증명서
범칙금을 내면 운전경력 증명서에 그 사실이 남는다는 점도 부담이 됩니다.(위 표 참고) 범칙금 납부기록은 이 증명서에 5년간 보존됩니다.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에 취직할 때에 운전경력증명서가 평가자료로 활용된다면 유쾌한 일이 아니지 않겠습니까. 특히 버스나 택시회사에 취직하려면 운전경력이 필요한데 범칙금 납부사실이 많으면 곤란할 것입니다.

반면 과태료 납부내역은 운전경력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과태료는 위반사실이 확인된 운전자가 아닌 차량 명의자에게 부과되기 때문입니다.

불가피하게 기준주행 속도를 위반했고, 경제적 부담때문에 범칙금을 낼 요량이라면 보험료 할증기준을 잘 따져보아야 할 것같습니다.

경찰은 과태료 납부를 유도한다?

한편 경찰이 면허정지와 취소라는 강력한 제제수단인 벌점을 앞세워 범칙금보다 과태료 납부를 유도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해봅니다.

교통법규는 속도위반 정도에 따라 금전적 제재 수준도 올라갑니다. 주행속도가 높아질수록 교통사고의 위험성 및 피해규모가 증가하는 만큼 과속을 억제하기위해서죠.

그런데 벌점부과 여부에 따라 과태료에 경감혜택을 둬 선택을 고민스럽게 합니다.
위반속도별 운전자에 대한 범칙금,과태료 부과현황
위반속도별 운전자에 대한 범칙금,과태료 부과현황 자료: 경찰청 자료 취합
위반속도가 시속 20km 이하인 경우, 범칙금 3만원에 벌점은 없습니다. 과태료를 선택하면 4만원이나 사전납부하면 3만 2000원만 내면 됩니다.(위 표 참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속도위반을 자주하는 경우라면 2000원을 더 내더라도 과태료를 내는 게 나을 수 있고, 금전적 부담이 된다면 운전경력증명서에 위반사실이 남는 것을 감수하고 범칙금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겠죠.

그러나 20km 이상 위반시부터는 사전납부에 따른 감경없이 과태료가 범칙금보다 1만원씩 높게 부과됩니다. 위반운전자임을 인정하고 범칙금을 선택하면 1만원은 절약할 수 있으나 15점, 30점, 60점의 벌점을 떠안아야 합니다. 벌점이 40점 이상이면 면허정지가 될 수 있으니 돈이 아깝지만 과태료 선택이 좋겠죠. 아무리 모범운전자라고 하더라도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위반사실 통지 및 과태료 부과 사전통지서 뒷면
위반사실 통지 및 과태료 부과 사전통지서 뒷면
게다가 교통법규 위반 운전자 확인이 안돼 차량 소유주에게 과태료를 통지하면서 범칙금으로 전환할 경우에 대한 설명도 고약하게되어 있습니다. (위 이미지 참고) 즉, 범칙금은 위반한 운전자가 경찰서 지구대(파출소)를 방문하거나 인터넷(www.efine.go.kr)에서 범칙금 고지서를 발부받은 경우에만 납부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견제출 기간이 경과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데 자진납부하면 일부 경미한 위반항목은 20%를 감경해준다고 밑줄까지 그어서 친절하게 안내합니다(위 이미지 참고). 납부자용과 수납은행용으로 구분한 사전수납 의뢰서도 함께 오는데 3만 2000원으로 적혀 있습니다. 잘 살펴보지 않으면 그냥 3만 2000원을 낼 수밖에 없구나 생각하게 만든다고 보입니다.

벌점없는 과태료, 3만원으로 통일해야

무인카메라 단속으로 위반운전자를 확인하지 못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온당합니다. 벌점이 부과되는 속도위반 행위에 대해 과태료를 범칙금보다 1만원 더 거두는 것도 이해됩니다.

하지만 벌점이 없는 경우라면 경감 과태료를 3만 2000원이 아니라 3만원으로 범칙금과 같은 수준으로 맞추는게 맞다고 봅니다. 앞서 설명했듯 범칙금은 자동차보험료 할증요인데다 운전경력 판단에 불리한 자료입니다.

불경기에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고 뜻하지 않게 속도위반을 하는 운전자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라면 2000원을 아끼려고 범칙금을 내려 할 것입니다. 하지만 속도위반을 한번 더 하고 벌점까지 떠안게 되면 2000원 이상의 보험료 증가요인이 생길 수 있습니다.

벌점이 부과되지 않는 과태료 부과금액은 범칙금과 통일시키는 게 국민 부담을 덜어주는 길이라고 봅니다. 경기불황으로 정부에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위한 세무조사 유예에 세금감면 등 온갖 지원대책을 쏟아내는 마당 아닌가요?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