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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도저히 잡히지 않는 5가지 이유

서울 집값, 도저히 잡히지 않는 5가지 이유

류찬희 기자
입력 2018-08-24 11:26
업데이트 2018-08-24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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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이 잡히지 않고 있다. 지방 집값은 곤두박질 치고 있는데 서울과 과천, 성남, 광명 등 인근 도시의 집값은 여전히 고공행진이다. 예년과 비교해 신규 주택 공급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뭘까. 주택시장은 단순 수급 논리로만 설명할 수 없는 원인이 많다. 시장을 누르면 누를수록 삐져나오려는 성격이 강하고, 정책에 민감한 것이 주택시장이다. 서울 집값이 오르는 이유를 분석했다.

첫째, 엇박자 정책을 들 수 있다. 주택시장, 특히 매매 시장은 각종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정부와 서울시가 주택 시장에 영향을 줄만 한 정책을 놓고 다른 소리를 내고 있다.

개발계획은 집값을 올리는 최고의 호재다. 대규모 개발과 교통여건 개선은 새로운 수요를 불러오고, 주거환경 개선 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집값은 당연히 따라 오르게 마련이다.

반면 청약·거래 규제와 대출 길을 막으면 주택 거래량은 많이 줄어들고 가격도 조정세로 들어간다. 여기에 주택 보유세나 양도세를 무겁게 물리면 주택 시장은 얼어붙기 마련이다. 수요가 줄어들어 가격이 오르지 않거나, 거래 부담에 따른 심리적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주택시장에 영향을 줄만 한 정책을 펴는 데 있어 박자가 맞지 않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일단 주택 정책 목표를 시장 안정에 두고 있다. 급격한 집값 상승을 막고자 거래 규제와 대출길을 막는 초강수를 두고, 다주택자에게는 세금을 무겁게 물리는 대책까지 마련했다.

그런데 서울시는 여의도·용산을 중심으로 대규모 통합개발계획을 발표했다. 강북 생활여건 개선책으로 대중 교통시설 확충계획도 잇따라 내놓았다. 서울시는 자치단체로서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주택시장에는 결과적으로 가격 상승을 불러오는 호재로 작용했다. 결과는 용산, 여의도 지역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른 데 이어 주택가격 오름세가 서울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강북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강북 개발과 관련된 인프라 개선 발표 내용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강북이 강남을 따라가는 ‘키 맞추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국토부가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서울시의 대규모 개발계획 수립에 속도조절을 요구했지만, 차기 대권 후보로 떠오른 박원순 서울시장은 도시계획권한을 언급하는 등 정책 의지를 접지 않을 태세다.

결국, 국토부와 서울시의 불협화음은 시장에 엇갈린 신호를 주었고, 심리적 요인이 큰 주택시장에서 수요자들이 언젠가는 개발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면서 집값 상승에 힘을 보탠 꼴이 됐다.

둘째, 불확실성 해소로 집값이 다시 오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8·2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에게 무거운 양도세를 물리는 정책을 발표했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와 임대소득 부과도 예고하는 등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처분하라는 신호를 주었다.

그 결과, 지난해 말부터 올해 3월 말까지 매물이 많이 나와 일시적으로 가격 오름세가 주춤했다. 서울 강남 고급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내렸다. 그러나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많은 다주택자가 양도세를 무겁게 내더라도 집을 처분하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분에 비하면 양도세를 내더라도 손해 보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종부세 개편안도 주택 소유욕구를 꺾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대책이 되지 못했다.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집값이 오른다면 종부세를 더 내더라도 감내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셋째, 퇴로 없는 정책도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 주택시장은 가격은 안정되더라도 거래는 활성화돼야 정상이다. 하지만, 현재는 거래량이 많이 줄어들면서 가격만 오르는 이상현상이 지속하는 상황이다.

이상 시장이 형성된 이유는 거래를 옥죄는 정책의 한계 때문이다. 투기 수요를 막는 취지로 도입한 각종 금융 규제가 거래를 막아 매물이 나오지 않는 부작용도 있다는 것이다. 양도세 중과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팔지 않고 보유하겠다는 심리도 적지 않다.

매물이 돌지 않는 매물 부족상태의 비정상 시장에서 거래된 가격이 마치 전체 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가격으로 비치는 것도 문제다. 이따금 높은 수준에 거래된 주택 가격이 시장가격으로 굳어버리는 부작용이 있다.

주택 가수요를 줄이려고 도입한 대출 규제도 되레 매물이 시장에 나오는 데 지장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신규 아파트 입주 시에도 대출규제가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기존 집을 팔고 입주할 계획을 포기하고, 전세로 내놓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보니 집값은 오르고 전셋값은 계속 떨어지는 현상이 이어지는 것이다.

넷째, 풍부한 유동자금도 주택시장을 달구는 요인이다. 시중에는 1000조원이 넘는 돈이 투자처를 잃고 주택시장을 맴돌고 있다. 금리가 조금씩 오르는 추세지만 아직은 저금리가 장기간 유지되고 있다. 엄청난 유동자금 흐름을 제조업 투자 등으로 돌리지 못하면 주택시장 주변에는 늘 풍부한 자금이 대기하고 주택 수요로 옮아붙을 가능성이 크다.

정작 주택을 사고 싶어하는 실수요자는 돈이 없어 움직이지 못하지만, 투기성 시장으로 유입될 자금은 시중에 상시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갈 길 잃은 부동자금은 집값이 오를 기미만 보여도 즉각 주택시장으로 유입된다.

마지막으로 공급의 문제다. 인구 구조 변화로 단독세대주 증가로 주택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주거, 교육환경 등이 양호한 서울로 모이는 수요는 많은데 이에 따른 공급은 부족하다. 공급 확대 정책과 함께 서울을 대체할 주택 단지 조성이 동반돼야 하는데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서울은 아파트를 지을 땅이 고갈된 지 오래다. 그린벨트를 풀어 택지를 조성하거나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야 하는데 정책은 반대로 흐르고 있다.

당장 투기 수요 증가를 막으려고 재건축 규제를 강화했고, 그린벨트 해제를 놓고도 서울시와 국토부가 다른 소리를 내고 있어 단기간에 새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수요가 많은 도심에 아파트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수단이 제한된 상황이라서 물량 확대로 집값을 안정시키는 정책을 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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