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얼음골, 늦더위 날려버리는

입력 : ㅣ 수정 : 2018-08-2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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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재미 사냥 나설까요
8월 하순으로 접어들어 계절은 가을로 향하고 있지만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도 불지만 한낮에는 다시 습기 젖은 무더위가 찾아든다. 올여름 한반도를 덮친 사상 최악의 폭염이 긴 꼬리를 남긴 채 어슬렁거리는 듯하다. 더위를 잊고 싶은 여행객이라면 잠시나마 계절을 거슬러 찬 공기를 느낄 수 있는 경남 밀양으로 떠나 보는 건 어떨까. 이웃한 창원에서는 사격을 즐기며 더위와 스트레스를 한번에 날려 버릴 수도 있다.
경남 밀양의 3대 신비로 불리는 천황산 얼음골에서 늦여름 피서객들이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삼복더위에도 얼음골 돌무더기 틈에는 얼음이 꽁꽁 얼고 계곡에는 차가운 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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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밀양의 3대 신비로 불리는 천황산 얼음골에서 늦여름 피서객들이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삼복더위에도 얼음골 돌무더기 틈에는 얼음이 꽁꽁 얼고 계곡에는 차가운 물이 흐른다.

한여름 더위도 금세 가시게 할 밀양의 명소는 이름만 들어도 시원한 얼음골(천연기념물 제224호)이다. 삼복더위에도 얼음이 얼어 있는 골짜기라 얼음골로 불린다. 나라에 큰 우환이 있을 때 땀을 흘린다는 표충비, 두드리면 종소리·쇳소리·옥소리가 난다는 만어사 경적과 더불어 밀양의 3대 신비다.

찬 계곡물 돌무더기 틈마다 얼음 꽁꽁 ‘얼음골’

밀양에는 KTX역이 있어 서울역에서부터 2시간 30분이 채 안 걸리지만 얼음골의 신비를 확인하려면 밀양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영남알프스까지 가는 수고가 필요하다. 대중교통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래 걸리고 번거로워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밀양 시내에서 울산 방향으로 난 24번 국도를 따라 30여분 달리다 얼음골교차로로 빠져 5분쯤 더 가면 산내면 얼음골 주차장에 이른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얼음골의 냉기를 찾는 건 이르다. 휴게소매점 뒤 깊은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지나 사과를 바구니에 담아 파는 상인들이 보일 때쯤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오는 시원한 공기가 조금씩 느껴진다. 오른편 물이 흐르는 계곡은 바위마다 돗자리를 깔고 둘러앉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책을 읽는 노부부, 화투패를 손에 든 사람들, 가만히 누워 여유로움을 즐기는 모습까지 각양각색이다.

아기자기한 돌다리를 건너 천황사를 왼편으로 두고 더 올라가니 냉장고를 열어 둔 듯 시원했던 공기가 냉동실 문을 연 것처럼 차가워진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분명 뙤약볕이 쨍쨍한데 냉기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졸졸 흐르는 계곡물은 얼음장처럼 차갑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얼음골의 실체가 나온다. 수많은 돌이 무더기로 흩어져 있는 모습은 마치 폐허 같아 자칫 실망할 수도 있지만 돌무더기 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말로 꽁꽁 언 얼음이 보인다. 3월 초순 얼음이 얼기 시작해 8월 하순까지 녹지 않는다는데 겨울에는 반대로 바위틈에서 더운 김이 올라온다고 한다.

밀양의 얼음골 사과는 고급 사과로 유명하다. 낮 동안 밀양의 햇볕을 쬐다 해가 지면 얼음골의 냉기를 머금어 그 일교차가 단맛을 빚어낸다고 한다. 밀양의 대추 역시 같은 이유로 이름났다.
재약산 8개 봉우리 품에 안긴 표충사 마당 배롱나무에 붉은 꽃이 야릇하게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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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약산 8개 봉우리 품에 안긴 표충사 마당 배롱나무에 붉은 꽃이 야릇하게 피어 있다.

밀양 위양지 가운데 완재정에서 못 쪽으로 난 작은 문으로 나무의 물그림자가 내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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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 위양지 가운데 완재정에서 못 쪽으로 난 작은 문으로 나무의 물그림자가 내다보인다.

붉은 꽃 활짝 핀 표충사 고즈넉한 풍경 위양지

얼음골에서 휴식을 즐겼으면 인근 표충사를 둘러봐도 좋다. 천황산을 기준으로 얼음골과 반대편인 남쪽 자락의 표충사까지는 차로 25분쯤 걸린다. 필봉·사자봉·재약봉·문수봉 등 부채처럼 펼쳐진 재약산의 8개 봉우리가 표충사를 감싸고 있다. 신라 무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절은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일으킨 사명대사를 제향하는 사당이 있던 절이라 표충사라는 이름이 붙었다.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효봉대선사가 1966년 열반한 곳이기도 하다. 널찍한 마당을 둘러 자리한 대광전, 서래각, 사당인 표충사 등을 천천히 둘러볼 만하다. 3층 석탑(보물 제467호) 뒤편 배롱나무에 활짝 핀 붉은 꽃은 야릇한 정취를 더한다.

기왕 밀양에 왔으니 떠나기 전 고즈넉한 풍경이 일품인 위양지를 잠시 들러보는 건 어떨까. 밀양 시내에서 북서쪽으로 차로 20분가량 거리에 있는 크지 않은 못이다. 드라마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못 가운데에는 완재정이 작은 섬처럼 자리하고 있는데 그곳에 이르는 짧은 길이 마치 비밀정원으로 들어가는 길처럼 느껴진다. 못의 물 위로 손끝을 대고 있는 무성한 나무들 사이로 오리 한 쌍이 유유히 헤엄치는 풍경을 바라보면 마음이 한결 느긋해진다.
삼랑진읍 트윈터널은 KTX 개통으로 버려졌다가 지난해 화려한 빛의 터널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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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랑진읍 트윈터널은 KTX 개통으로 버려졌다가 지난해 화려한 빛의 터널로 재탄생했다.

시내 남동쪽 방향 20분 거리에는 화려하게 탈바꿈한 삼랑진읍 트윈터널이 가족·연인 단위 여행객의 발길을 잡는다. 2014년 KTX 개통으로 버려졌던 터널이 지난해 화려한 색의 빛을 주제로 한 터널로 거듭났다. 1억개의 LED 전구가 각 450m가량의 상·하행선을 왕복으로 수놓는다. 터널 내부는 한여름에도 영상 14℃를 유지해 더위를 피해 가기에도 좋다.
국내 최대 규모 사격장인 창원국제사격장에서는 일반인도 클레이 사격, 공기소총·권총 사격 등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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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대 규모 사격장인 창원국제사격장에서는 일반인도 클레이 사격, 공기소총·권총 사격 등을 즐길 수 있다.

클레이·공기소총·권총 사격…창원으로

밀양에서 한껏 여유를 즐겼다면 창원으로 이동해 다이내믹한 즐거움을 찾아보면 어떨까.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국제사격선수권대회가 열리는 창원에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창원국제사격장이 있다. 국제대회를 열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일반인도 클레이 사격, 공기소총·권총 사격 등을 즐길 수 있다. 사격 시뮬레이션 게임도 있어 어린이도 이용할 수 있다.

창원시는 대회에 맞춰 올해를 ‘창원 방문의 해’로 정했다. 이번 대회는 91개국에서 4255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북한 대표팀도 14개 종목에 출전할 선수 12명(남 5·여 7)과 임원 10명 등 22명이 등록을 마쳤다. 창원시는 대회 기간 사격장 내에 관광홍보관을 만들어 지역 대표 관광지와 축제 등을 안내하고 벚꽃빵, 진해콩, 아구포 등 특산물을 판매할 계획이다.

글 사진 밀양·창원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2018-08-24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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