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리 늙었냐” “통일 되면 단 1분이라도 같이 살자”

입력 : ㅣ 수정 : 2018-08-2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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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이산 상봉 첫째날 두번의 만남
모친 사진 보고 “엄마네, 아이고 아부지”
“나 빼닮았지?” “첫눈에 동생 알아봤어”
코흘리개가 70대 노인으로…눈물의 母子 상봉 코흘리개 어린아이로 헤어졌던 아들이 70대 노인으로 나타난 현실을 어머니는 받아들일 수 없다. 아무리 울어도 세월은 돌아오지 않고 허망한 인생은 복구되지 않는다.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이산가족 단체 상봉에서 6·25 전쟁통에 가족과 생이별해 남한에서 살아온 이금섬(왼쪽·92)씨가 북한에서 살아온 아들 리상철(71)씨를 부둥켜안고 오열하고 있다.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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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흘리개가 70대 노인으로…눈물의 母子 상봉
코흘리개 어린아이로 헤어졌던 아들이 70대 노인으로 나타난 현실을 어머니는 받아들일 수 없다. 아무리 울어도 세월은 돌아오지 않고 허망한 인생은 복구되지 않는다.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이산가족 단체 상봉에서 6·25 전쟁통에 가족과 생이별해 남한에서 살아온 이금섬(왼쪽·92)씨가 북한에서 살아온 아들 리상철(71)씨를 부둥켜안고 오열하고 있다.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2년 10개월 만에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됐다. 남측 이산가족 89명과 동반 가족 등 197명은 20일 오후 3시 금강산호텔 2층 연회장에서 북측 가족 185명과 첫 단체 상봉을 가졌다.
며느리 눈물 닦아 주는 시아버지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남측 백민준(왼쪽·93)씨가 북측 며느리 리복덕(63)씨의 눈물을 닦아 주고 있다.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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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느리 눈물 닦아 주는 시아버지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남측 백민준(왼쪽·93)씨가 북측 며느리 리복덕(63)씨의 눈물을 닦아 주고 있다.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김혜자(75·여)씨는 북측 동생 김은하(75)씨가 준비해 온 모친 사진을 보자 “엄마 맞다. 아이고 아부지”라며 동생을 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문현숙(91·여)씨는 한복을 입은 북측 여동생 영숙(79)씨와 광숙(65)씨를 만나 “왜 이렇게 늙었냐. 어렸을 때 모습이 많이 사라졌네. 눈이 많이 컸잖아 네가”라고 웃으며 말하다 점차 울음으로 바뀌었다.

김병오(88)씨의 북측 여동생 순옥(81)씨는 의과대학을 다니던 시절 사진을 보여 주며 “오빠, 나 평양의과대학 졸업한 여의사야”라고 오빠를 안심시킨 후 “통일 돼서 단 1분이라도 같이 살다 죽자 오빠”라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황우석(89)씨는 세 살 때 헤어졌던 북측 딸 영숙(71)씨와 만나 “영숙이야? 살아줘서 고맙다”며 손을 잡았다. 이기순(91)씨는 북측 아들 강선(75)씨와 만나 가족관계를 확인한 뒤 “내 아들이 맞아. 내 아들”이라며 기뻐했다. 이씨는 “어때? 나랑 아들이랑 똑같이 생기지 않았어?”라고 취재진에 물은 뒤 “그렇지, 그렇지. 똑같지!”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함성찬(93)씨도 북측 동생 동찬(79)씨를 만나 “딱 첫눈에 내 동생인 줄 알았어. 어머니를 애가 쏙 빼다박았어”라며 손을 잡고 웃었다. 동생 동찬씨도 “나도 형인 줄 바로 알았습네다”라고 화답했다. 최고령 상봉자인 백성규(101)씨를 만난 북측 며느리 김명순(71)씨와 손녀 백영옥(48)씨는 거동이 어려운 백씨의 휠체어 옆에서 어깨를 부여잡고 눈물을 흘렸다.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가족의 사연도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김진수(87)씨는 지난 1월 북측 여동생이 사망해 북측 조카 손명철(45)씨와 조카며느리 박혜숙(35)씨를 대신 만났다. 김씨는 취재진에게 “금년 1월에 갔다고 하대. 나는 아직 살았는데”라고 했다. 북측 조카와 만난 송영부(92·여)씨가 갑자기 기력이 떨어진다고 호소해 의료진의 긴급 진단을 받기도 했다.

행사에는 국군포로와 전시납북자 등 특수이산가족 중 여섯 가족이 참여했다. 최기호(83)씨는 납북된 맏형 최영호(2002년 사망)씨의 두 딸 선옥(56)·광옥(53)씨가 가져온 형의 사진을 보며 “보물이 생겼다”고 연신 눈물을 흘렸다.

북·미 관계를 두고 남북 이산가족 간에 잠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차제근(84)씨는 북측 조카 차성일(50)씨가 “큰아버지, 미국 놈들을 내보내야 해. 싱가포르 회담 이행을 안 한단 말예요”라고 했다. 차씨가 “6·25 난 것이 김일성이 내려와서 그렇다”고 하자 성일씨는 “그건 거짓말이라요. 6·25는 미국 놈들이 전쟁한 거예요. 우리는 우리 힘으로 싸웠습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차씨는 “그래. 그건 잘한 거야”라고 웃으며 논쟁을 수습했다. 주정례(86·여)씨의 북측 조카 주영애(52·여)씨는 김일성 표창을 테이블에 갑자기 꺼내 놓아 남측 지원 요원과 가벼운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산가족들은 2시간 동안의 단체 상봉 이후 북측이 주최한 환영 만찬에서 다시 회포를 풀었다.

금강산 공동취재단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2018-08-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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