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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개편] ‘더 많이, 오래 내는’ 개편 이뤄질까…공은 국회로

[국민연금개편] ‘더 많이, 오래 내는’ 개편 이뤄질까…공은 국회로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8-17 15:35
업데이트 2018-08-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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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총선·2022년 대선 등 정치일정에 발목 잡혀 공전 우려

전 국민의 노후 소득보장장치인 국민연금의 장기 지속가능성과 재정안정을 확보하려면 ‘더 많이,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받는’ 쪽으로 제도개편을 해야 한다는 밑그림이 나왔지만, 입법화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민 여론이 차갑다. 더 큰 보험료 부담을 짊어져야 할 20∼30대 젊은층은 반발하고, 더 늦게 받게 될지도 모르게 된 중고령층도 내켜 하지 않는다.

이런 반대여론에 민감한 여야 정치권이 개혁방안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표류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특히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을 앞둔 정치일정을 고려할 때 정치권이 국민에게 인기 없는 연금개혁에 주저하며 미적거리면서 또다시 땜질처방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17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4차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와 제도발전위원회, 기금운용발전위원회 등은 추계 결과, 국민연금기금이 2057년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추산했다. 소진 시기를 2060년으로 잡았던 2013년 3차 재정추계 때보다 3년 앞당겨졌다.

재정계산은 국민연금법에 따라 국민연금 장기재정수지를 계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연금 제도개선, 기금운용 발전방안 등 국민연금 운영 전반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으로 5년마다 실시된다. 이미 2003년 1차, 2008년 2차, 2013년 3차에 이어, 국민연금 30주년인 올해 4차 재정계산을 끝냈다.

이런 추계결과를 바탕으로 제도발전위원회는 2088년까지 70년간 1년치 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 적립기금을 계속 유지하는 것을 재정목표로 잡고 현재 20년간 9%에 묶여있는 보험료율을 11∼13.5%로 2∼4.5%포인트 올리고, 의무가입 나이를 현행 60세 미만에서 65세 미만으로, 연금수급개시 연령도 65세에서 67세로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재정 안정화 방안을 내놨다.

필요할 경우 연금소득에 소득세를 매기고 일반재정, 즉 세금을 투입해 연금재정을 충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런 방안은 결국 가입자의 부담을 높이고 연금혜택은 줄이는 것이어서 논의과정에서부터 국민의 상당한 반발에 부닥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국민의 거부반응을 의식해 이런 방안은 어디까지나 민간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묶은 정책자문안일 뿐 정부안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정부는 앞으로 이런 방안을 포함해 이해 당사자들과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부처협의를 거쳐 올해 9월 말까지 정부안을 마련하고 10월에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실제로 이런 개편방안이 현실화하려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국민연금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연금 개편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앞으로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전망이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는 게 복지부 안팎의 대체적 관측이다.

노후소득보장 강화와 재정안정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기성세대와 현세대, 미래세대가 서로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

즉 현재 ‘낸 돈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재정구조를 ‘적정 부담-적정 급여’체계로 바꿔야 하며, 그러려면 특히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게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가뜩이나 받는 연금액수는 얼마 되지도 않는데,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는 데에 상당수 국민이 쉽게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는 미래에 자칫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마저 크다.

여기에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국민연금은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원칙으로 논의하되, 국민적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보험료 인상 등은 없을 것”이라고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상태여서 해법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소득의 9%인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일본(17.8%), 독일(18.7%), 영국(25.8%), 미국(13.0%), 노르웨이(22.3%) 등 선진국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보험료를 올리려는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애초 1988년 연금제도 도입 때부터 ‘보험료율 3%, 소득대체율(평균소득 대비 노후 연금수령액 비중) 70%’로, 보험료보다 워낙 후하게 지급하는 체계로 짜여있었기에 수지균형을 이루려는 조치였다.

하지만 국민적 거부감에 정치권이 부담을 느낀 나머지 번번이 무산됐다.

1차 연금개편 때인 1997년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12.65%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가입자들의 반발에 부딪쳐 스스로 포기했다.

2003년 1차 재정계산 이후 그해 10월 정부는 16대 국회에서 15.90%까지 보험료를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50%로 낮추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재정 추계결과, 보험료율 9%와 소득대체율 60%를 유지하면 2036년 적자가 발생하고 2047년에 기금이 바닥난다는 예측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국회가 교체되는 어수선한 시기에 제대로 논의테이블에 올라보지도 못하고 폐기됐다.

노무현 정부 때는 ‘더 내고 덜 받는’ 이 개정안을 2004년 6월 원안 그대로 17대 국회에 다시 제출했다.

하지만 여야 간 공방 끝에 장기 공전하다가 2006년 보험료를 12.9%까지 올리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가까스로 통과했지만, 2007년 2월 본회의에서 끝내 부결됐다.

그 대신 보험료율은 9%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득대체율만 60%에서 40%로 점진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이 채택됐다.

그 당시 주무장관이었던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런 국민연금 개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2007년 5월 장관직에서 스스로 물러나기도 했다.

정부는 또 3차 재정계산 때인 2013년 7월에는 보험료율을 9%에서 단계적으로 13∼14% 올리는 다수안과 현행대로 9%로 묶는 소수안의 복수 개편안을 마련했다가 여론이 악화하자 최종적으로 백지화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제도시행 첫해인 1988년 3%에서 시작했지만 5년에 3%포인트씩 두 차례 올라 1998년 9%가 됐고 지금까지 20년간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하지 않은 셈이다.

근본대책에는 손을 못 대고 소득대체율을 낮추고, 수급연령을 2013년부터 기존 60세에서 5년마다 1세씩 올려 2033년부터 65세로 상향 조정하는 등 임시방편으로 기금 고갈 시기만 조금 늦췄을 뿐이다.

이번에 정부의 연금개편안이 국회에 제출되고 국회에서 연금개혁 특별위원회나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가동하더라도, 정치적 이해관계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총선(2020년)과 대선(2022년) 등의 굵직한 정치일정에 발목이 잡혀 또다시 방치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런 선례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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