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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아들 잃고 임신한 67살 여성 병원 진료거부 당해

외아들 잃고 임신한 67살 여성 병원 진료거부 당해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18-08-16 14:44
업데이트 2018-08-1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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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동자식을 잃고 50~60대의 늦은 나이에 시험관 아기를 임신한 여성들이 병원 치료도 받지 못하고 중국 사회의 냉대에 시달리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6일 베이징의 장헝(67)이 시험관 시술로 쌍둥이를 임신하는 데 성공했지만 병원 진료를 거부당했다고 보도했다. 병원은 그녀의 출산이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했으며 여론은 흰머리가 난 여성이 아이를 낳으려는 것을 비난했다.
56살에 시험관 시술로 쌍둥이를 낳은 궈민이 베이징에서 자녀들의 등교를 돕고 있다. 출처: 글로벌타임스
56살에 시험관 시술로 쌍둥이를 낳은 궈민이 베이징에서 자녀들의 등교를 돕고 있다. 출처: 글로벌타임스
 4년 전 외아들을 잃은 장은 입양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고 결국 지난 6월 대만에서 시도한 시험관 시술이 성공했다. 그러나 고혈압을 앓고 있는 장에게 베이징의 대형병원은 임신을 중단할 것을 권유했다. 게다가 보건 당국은 만약 그녀가 치료를 받으려 한다면 그 병원은 당국에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장은 정기적인 병원 진료를 포기해야만 했다. 장은 “나는 사랑하는 아이를 잃었고 또 다른 자식을 원했을 뿐이데 내가 만약 죄가 있다면 무엇을 잘못했는가?”라고 항변했다.

 리칭(가명·65)도 20년 전 외동딸을 잃고 다시 딸을 출산했다. 그녀는 “다른 아이를 갖는 것은 자식의 죽음으로 인한 고통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같은 경험을 한 사람만이 우리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78~2014년 한 자녀 정책을 편 중국의 외동 숫자는 1억 5000만명으로 추산된다. 100만 가구 이상이 질병이나 사고로 외동자녀를 잃었다.

 ‘시두(失獨) 가정’이라 불리는 외동자녀를 잃은 부부는 종종 많은 나이에도 새로운 임신과 출산을 시도한다. 40~60대의 여성들은 임신도 어려울 뿐 아니라 양육도 힘들고 경제적인 압박도 무시할 수 없다. 교통사고로 5년 전 외아들을 잃은 추이(60)는 정부가 장을 도와야 한다며 “이미 임신한 장을 거부하는 것은 그녀를 죽이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웨이하이에서 3살 난 쌍둥이를 키우는 추이는 “남편은 고향인 우한에서 96살 난 부친을 돌보고 있어 매달 며칠씩 아이를 보러 온다”며 “웨이하이는 비싼 유치원 학비가 무료라 여기로 이주했다”고 말했다. 이미 은퇴한 이들 부부는 따로 수입이 없어 연금만으로 생활하고 있다.

 추이가 우한에서 55살의 나이로 시험관 시술을 시도했을 때 병원에서는 49살 이상은 시험관 시술을 받을 수 없다며 그녀를 거절했다. 결국 사설병원에서 고통스러운 시험관 시술을 받아야만 했다. 어렵게 아이를 키우는 ‘시두 가정’은 새로운 아이를 포기한 또 다른 시두 가정의 비난도 감수해야만 한다. 추이는 시두 가정이 모이는 온라인 그룹에서 임신을 시도하자 쫓겨나야만 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56살에 쌍둥이를 출산한 추이는 결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녀는 “남편이 누구와도 말하지 않고 매일 세상을 뜬 아들과만 대화했다”며 “만약 우리가 쌍둥이를 낳지 않았다면 남편은 오래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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