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출석번호 정하기/임창용 논설위원

입력 : ㅣ 수정 : 2018-08-12 22:12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3-3-7. 중학교 1~3학년 때의 내 출석번호다. 당시 대부분의 학교에선 학생들 출석번호를 키 순서로 정했고, 키가 작았던 난 항상 10번을 넘지 못했다. 졸업한 지 50년이 지나도록 잊히지 않는 걸 보니 그때 상황이 꽤나 못마땅했었나 보다. 키 작은 걸 꼭 번호로 확인시켜야 하냐는 불만이었을 것이다. 초등학교 때 한 선생님은 성적순으로 꼴등부터 일등까지 앞자리부터 앉히는 ‘만행’을 저질렀다. 전의를 불태워 열심히 공부하란 취지였겠지만 친구들이 받았을 자괴감과 스트레스가 얼마나 컸을까.

교실에서 출석번호나 좌석은 정하는 기준에 따라 자칫 차별 논란이 일기 쉽다. 키나 성적, 생년월일 등 외적인 요소를 기준으로 할 때 특히 그렇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얼마 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에게 남학생은 앞, 여학생은 뒤로 하는 출석번호 지정 관행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아이들에게 남녀 간 선후가 있다는 차별의식을 갖게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교육부는 인권침해 소지를 줄이기 위해 2004년 출석번호를 이름 순으로 부여하도록 권고했다. 한데 입학 때 받은 학번이 있는데 굳이 학생을 출석번호로 다시 구분해야 하나 싶다. 교사가 어느 정도 불편만 감수한다면 교실에선 이름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2018-08-13 29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블로그

/

서울Eye - 포토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