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텀블러는 다 어딨을까… 집에서 잠자는 텀블러들

입력 : ㅣ 수정 : 2018-08-1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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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부터 커피전문점 내 일회용 컵 사용이 금지되면서 재사용이 가능한 ‘텀블러’ 사용이 권장되고 있다. 텀블러 판매량도 이전보다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텀블러가 재사용 컵으로서의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텀블러는 커피전문점 확산과 함께 대중에게 널리 보급됐다. 누구나 텀블러 한 개쯤은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또 텀블러는 ‘기념품’으로도 다량 보급됐다. 돌잔치 답례품이나 단체의 홍보용으로 인기를 끌었다.

서울신문이 20~30대 직장인 20명을 임의로 선정해 ‘당신은 몇 개의 텀블러를 갖고 있는가’ 라고 질문한 결과 ‘평균 5개 이상’이라고 답변한 사람이 12명으로 가장 많았다. 보유 경로를 물었더니 ‘텀블러를 직접 샀다’(5명)는 응답보다 ‘선물로 받았다’(12명)는 응답이 더 많았다.

하지만 텀블러는 보급량에 비해 극히 낮은 사용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커피전문점에는 오전 내내 텀블러를 휴대한 손님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매장 직원은 “텀블러를 가지고 오는 손님은 가뭄에 콩 나듯 하다”면서 “들고 다니기가 귀찮아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누구나 텀블러를 갖고 있지만 직접 휴대하며 사용하진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념품으로 얻게 된 텀블러에 단체명 등이 새겨져 있다는 점도 텀블러의 사용률을 낮추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한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37·여)씨는 “무슨 무슨 협회 이름과 마크가 새겨진 텀블러가 집에 수두룩한데 내가 그 협회 소속도 아닌데 들고 다니기가 부끄러워 한 커피전문점에서 새 텀블러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휴대성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일반인들이 손에 휴대하고 다니기엔 텀블러의 부피가 다소 부담스럽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직장인 이모(27)씨는 “텀블러를 손에 들고 다닐 수도 없고, 가방에 넣자니 부피가 너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가정 내에서도 텀블러 사용률이 그다지 높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텀블러를 휴대용으로 인식해 집에서는 유리컵이나 머그컵을 쓴다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다. 텀블러가 설거지를 하기가 까다롭다는 점도 사용률이 낮은 이유로 꼽힌다. 직장인 한모(36)씨는 “텀블러는 입구가 좁아 손을 넣어 세척을 하기가 어려워 잘 사용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이는 너도나도 텀블러를 지니고 있지만, 사용률이 떨어져 집 안팎에 굴러다니는 텀블러가 수두룩하다는 의미다.

이런 배경에서 집에서 잠자는 텀블러 사용을 생활화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커피 전문점 내 일회용 컵 사용이 금지된 것과 맞물려 텀블러 사용을 확대하자는 취지다. 서울 성북구에서 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배모(35)씨는 “텀블러를 갖고 다니는 게 상당히 귀찮은 일이지만, 환경을 지킨다는 취지로 더욱 적극적으로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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