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정책마당] 선별 아닌 보편적 고용보험이 도입될 때다/임서정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

입력 : ㅣ 수정 : 2018-08-05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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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아가면서 다양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위험은 재해나 실업에 따른 노동시장에서의 소득 중단일 수 있으며, 질병과 같은 예상하지 못한 지출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는 사회보장은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를 통해 시행된다. 사회보험 중 실직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제도가 고용보험이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

▲ 임서정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

1920년대 독일에서 실업보험으로 시작된 고용보험이 국내엔 1995년에야 도입됐다. 1990년대 초까지 고도성장 과정에서 실업률이 2%대에 불과해 실업 위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용보험 도입 이후 2년이 지나지 않아 찾아온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고용보험의 중요성을 경험했다.

하지만 고용보험 도입 이후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해결할 과제가 남아 있다. 현행 고용보험은 임금노동자 위주의 제도다. 그러나 급속한 사회경제적 변화와 경쟁 심화로 누구도 실직의 위험에서 예외일 수 없다.

그래서 선진국은 고용보험의 적용 대상을 임금노동자에서 모든 취업자로 확대하고 있다. 영국은 모든 취업자를 위한 실업급여·부조제도 등 사회보장을 위한 국민보험을 시행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임금노동자 중심의 실업급여제도를 시행하던 프랑스도 올해부터 자영업자를 포함한 보편적인 실업급여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전체 취업자의 25% 내외가 임금노동자에 속하지 않는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10% 포인트가량 많다. 미국은 7%를 밑돌고 있으며 일본도 10% 내외다. 결국 현행 제도로는 고용보험 의무가입 대상자들이 모두 가입하더라도 취업자의 60% 내외만 보호받을 수 있다. 현행 고용보험제도로 가입조차 할 수 없는 사람이 40% 내외에 이르고, 이들 중 상당수는 노동 환경이 열악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택배기사, 대리기사 등과 같이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종사하는 형태에 따라 일부는 자영업자나 노동자로도 분류돼 지금도 이들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할 수 없다.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는 23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지난해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월평균 소득이 215만원으로 임금노동자(243만원)의 88.6% 수준이었다.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해마다 이들의 40~50%가 이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일자리로 이동을 위한 실직 중 생계지원제도는 미미하다. 반면 고용보험의 보호를 받는 임금노동자는 지난해 120만명 이상의 실직자들이 평균 4개월 동안 총 540여만원의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재취업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지난해 7월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예술인의 단계적인 고용보험 적용을 국정과제로 발표한 바 있다. 2016년 한국노동연구원이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0% 이상이 고용보험 가입을 희망했다.

물론 고소득 종사자나 기업은 보험료 지급 등 새로운 부담으로 소극적일 수 있다. 하지만 실업 위험은 개인이 아닌 사회적 위험이다. 사회적 약자나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보호를 위해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사회 구성원의 공동 부담을 통해 국민 개개인이 사회적 위험에 대처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고용보험의 질적 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18-08-0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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