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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불안감’ 유럽보다 높다…실제 범죄는 ‘최하위’

‘밤길 불안감’ 유럽보다 높다…실제 범죄는 ‘최하위’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18-08-05 16:15
업데이트 2018-08-05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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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연 분석…불안감 23.1% 범죄 경험 1.5%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1명 꼴로 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지만 실제 범죄 경험률은 1.5%로 낮은 수준이다. 유럽에서는 노인들이 범죄 불안감을 많이 호소하지만 우리는 유독 젊은층의 불안감이 높은 특징이 있다. 서울신문 DB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1명 꼴로 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지만 실제 범죄 경험률은 1.5%로 낮은 수준이다. 유럽에서는 노인들이 범죄 불안감을 많이 호소하지만 우리는 유독 젊은층의 불안감이 높은 특징이 있다. 서울신문 DB
자극적인 보도 행태 큰 영향
지역사회 네트워크 회복 필요


우리나라의 실제 범죄 경험률은 유럽 국가보다 훨씬 낮지만 범죄 불안감은 최상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자극적인 언론 보도와 ‘가짜뉴스’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우선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전문연구원이 2016년 유럽 국가와 우리나라에서 밤길을 혼자 걸을 때 불안감을 느끼는 비율을 비교·분석해 5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3.1%로 16개국 중 3위에 해당했다. 4명 중 1명꼴이다. 한국보다 불안감이 높은 나라는 체코(23.9%), 러시아(23.4%)뿐이었다. 16개국 평균은 17.5%였다.

●실제 범죄 경험보다 불안감 높아

반면 우리나라의 실제 강도·위해 경험률(가족 포함)은 1.5%로 가장 낮았다. 유럽에서 범죄 경험률이 가장 낮은 오스트리아(7.8%)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국내 수치만 놓고 보면 실제 범죄 경험률보다 불안감이 훨씬 높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우리 국민들은 왜 이렇게 큰 불안감에 시달리는 걸까.
코로나19 백신 관련 가짜뉴스는 접종률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꼽힌다.  서울신문 DB
코로나19 백신 관련 가짜뉴스는 접종률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꼽힌다.
서울신문 DB
우 연구원이 인구사회학적 요인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유독 34세 이하 젊은층에서 불안감이 높았다. 34세 이하의 불안감(26.5%)은 65세 이상(16.9%)과 비교해 10% 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반면 유럽은 노르웨이, 영국, 러시아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사회적 취약계층인 65세 이상 노인들의 불안감이 높았다. 노르웨이 등 3개국도 젊은층과 노인층의 불안감 격차가 0.3~4.8% 포인트에 그쳤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불안감이 높아지는 경향도 나타났다. 우 연구원은 “한국에서 젊은층의 불안감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미디어를 통한 정보 접근성이 높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팩트체크 등 언론사 자정노력 필요

그는 각 언론사가 포털사이트 인기 뉴스에 기사를 올리기 위해 자극적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행태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그래서 신문, TV 등 전통적인 매체 대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뉴스를 많이 접하는 젊은층의 불안감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 연구원은 “최근엔 예멘 난민의 제주도 유입과 이슬람 혐오 현상이 합쳐져 가짜뉴스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정제되지 않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정보가 범죄 피해의 불안을 가중시킬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2015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세 모자 성폭행 조작사건’은 국민 불안감을 높인 가짜뉴스의 대표적인 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제공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제공
범죄 피해에 대한 불안 정도를 점수로 환산해 보니 우리나라는 2.18점으로 최고 수준이었다. 가장 낮은 국가는 아이슬란드(1.47점)였다. 모든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도 있었다. 여성 응답자의 불안감이 남성보다 높았고 대도시가 더 위험한 곳으로 인식됐다.

대인 신뢰도가 높을수록 범죄 불안감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 연구원은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형성해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되는 낯선 이웃을 줄이는 게 범죄 불안감을 낮추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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