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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무사 개혁안, 국민 요구에는 못 미친다

[사설] 기무사 개혁안, 국민 요구에는 못 미친다

입력 2018-08-02 22:24
업데이트 2018-08-0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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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30% 감축, 60단위 부대 폐지…사령부 유지 등 존폐 결정은 미뤄

국방부 국군기무사령부 개혁위원회가 기무사의 존립 근거인 대통령령과 기무사령부령 등 훈령을 폐지하는 개혁안을 국방부에 보고했다. 기무사의 제도적 장치 폐지는 기무사에 대한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 기무사 인력을 30% 이상 감축하고, 서울을 포함해 광역 시·도 11곳에 설치된 대령급 지휘 기무부대인 ‘60단위 기무부대’ 폐지도 권고했다. 조직은 사령부 형식 유지와 국방부 산하 본부 조직화, 외청 독립 등 3개 안을 모두 보고했다. 조직 존폐의 결정을 국방부와 청와대에 맡긴 것이다.

지금까지 폭로된 기무사의 불법행위와 월권은 상상을 초월한다. 댓글 여론 조작을 통한 정치 개입,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단체 사찰은 확인됐고, 참여정부 때 노무현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사이의 통화도 감청했다는 의혹도 터져 나왔다. 최근 가장 논란이 된 계엄 문건의 성격과 관련해 어제 국방부 특별수사단(특수단)이 마침 수사 경과를 밝혔다. 특수단은 계엄 문건의 제목이 지금까지 알려진 ‘전시계엄 및 하부업무 수행방안’이 아니라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이라고 밝혔다. 계엄 문건 작성 TF는 인사명령과 예산, 별도 장소 확보 등으로 은밀하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활동 기록을 삭제한 시도도 밝혀냈다. 이렇다면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듯 ‘단순 비상대비 문건’이 아닐 가능성도 높아진 것이다. 해체 수준의 대수술 없인 자체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엄중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그러나 기무개혁위가 기무사 존폐에 관한 합의안을 내지 못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발표 직전까지 국방부 본부 조직화가 유력하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기존 사령부 유지안까지 3개 안이 전부 올라갔다. 기무개혁위에 참여한 전·현직 기무사 간부들의 조직 논리가 개입된 탓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훈령 폐지가 권고된 마당에 사령부 형식을 유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기무개혁위는 기무사령관이 대통령 독대 보고도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기무사는 군 조직이지만 대통령과 독대하는 특권으로 권력을 강화해 왔다. 노무현 정부 때 사라졌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부활했고, 박근혜 정부로 이어졌다. 기무사 대령과 국방장관이 국회에서 낯 뜨거운 설전을 벌인 배경은 기무사의 특권과 무관치 않다. 대통령이 정권을 유지하는 도구로 기무사를 활용하거나 반대로 기무사가 특권을 악용해 무소불위의 권한을 누릴 여지를 아예 잘라 버려야 한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이번 개혁안을 토대로 방첩과 보안의 기본 임무에 충실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길 바란다.

2018-08-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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