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무역전쟁과 중국 필패론/김성곤 논설위원

입력 : ㅣ 수정 : 2018-08-03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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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사람이다. 막말을 쏟아낼 땐 영락없는 광인이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공포감을 심어 주고, 이를 통해 주도권을 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얘기다. 중국은 물론 전 세계를 무대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인 ‘스트롱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단숨에 핀치로 몰아넣은 것도 바로 그다. 물론 그가 센 것이 아니라 센 미국 정부가 뒤에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렇더라도 트럼프는 참 무서운 대통령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패권전쟁으로 바뀌고 있다. 7월 초 340억 달러의 중국산 대미 수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 뒤 중국이 반발하며 보복을 예고하자 트럼프가 2000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런데 미·중 고위급 무역회담을 앞두고 이 관세를 10%에서 25%로 더 높이겠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참으로 카드가 많은 나라다. 앞으로도 추가로 2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카드가 있다.

그뿐인가. 미·중 무역 전쟁은 결국 양국의 환율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중국이 보유 중인 1조 1800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팔 수도 있다며 만지작거리지만, 너무 위험한 카드다. 국채를 내다 팔아 통화전쟁이 나면 기축통화를 가진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는 결정적 카드가 있다. 미국에도 위험한 카드지만, 국가 패권이 걸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1985년 일본이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엔화를 제2 기축통화로 만들겠다며 어깨에 힘을 주자 미국이 영국과 프랑스를 끌어들여 일본에 엔화 가치 절상을 요구했다. 이때 꺼내 든 게 환율조작국 카드다. 결국 환율조작국 지정과 이에 동반하는 무역 보복을 우려한 일본은 무릎을 꿇고 엔화 절상에 나선다. 이른바 ‘플라자 합의’다. 이후 일본은 미국의 뒤를 지키고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조엘 모키어는 “어떤 나라라도 2~3세대 동안 계속해서 기술 혁신의 선두에 있을 수는 없다”면서 미국의 쇠퇴를 예고했다. 도이체방크는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중국이 2020년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도 언젠가는 쇠퇴하겠지만, 팍스아메리카나는 예상보다는 오래갈 것 같다. 미래학자인 최윤식은 ‘미·중 전쟁 시나리오’라는 책에서 최소한 앞으로 30년 내에는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설득력이 있다. 미·중 패권전쟁에서 군사력을 논외로 치더라도 미국이 쥔 카드가 너무 많다. 양파처럼 까도 까도 또 나온다. 빈손인 한국에게도 미국은 참으로 무서운 나라다.

sunggone@seoul.co.kr
2018-08-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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