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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맞고 있는 여자 구하려 한 행동…후회 없어”

공지영 “맞고 있는 여자 구하려 한 행동…후회 없어”

입력 2018-07-30 13:33
업데이트 2018-07-3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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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해리’ 출간 기자간담회서 이재명-김부선 스캔들 개입 관련 언급
“진보 탈 쓴 악의 무리 소설로 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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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돌아온 공지영
5년 만에 돌아온 공지영 소설가 공지영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해리’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7.30 연합뉴스
“내가 생각하는 작가는 벌거벗은 임금님을 보고 소리 지르는 어린아이와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자연인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살아갈 때 제 기질도 그렇고, 작가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임금이든 누구든 벌거벗은 사람이 있으면 그렇다고 얘기하는 사람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공지영(55) 작가는 3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작 장편소설 ‘해리 1·2’(출판사 해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배우 김부선 씨 스캔들 관련해 김 씨를 옹호하는 입장을 적극 표명한 일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먼저 “제가 워낙 생각도 없고 앞뒤도 잘 못 가려서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 같다”고 답한 뒤 ‘그렇다면 그 행동을 후회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 내 성격이 어리석어서 그렇다는 것이지, 행동이 어리석었다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내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자신이 그동안 살아오면서 잘못된 것이나 부당한 것을 보면서 싸워왔던 일화를 들려주며 “한 사람이 울고 있는데, 부당한 피해를 당하고 있는데, 새 작품을 내기 얼마 전이라고 해서, 나에 대한 독자들의 이미지를 생각해서 신중하게 생각하고 그럴 수는 없었다”고 했다.

“한 여자를 오욕에서 구하기 위해 듣고 본 바를 얘기한다고 해서 저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는 세상에서 제가 독자들에게 무슨 얘기를 하겠냐”라면서 “그런 것들이 매도되는 세상에서, 지나가다 맞고 있는 여자를 봤는데 나중에 구하자고 하는 세상에서 책이 잘 팔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확신을 갖고 행동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고은 시인이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에게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무 생각이 없다. 고은 시인에 대해서는 정말 아는 게 없다. 같이 술을 마셔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미투’ 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이 반격을 받는 현상에 관한 질문에는 “이 소설은 사람들의 정의감을 거꾸로 이용하는 여자의 이야기이다. 그에 대한 답변을 하면 이 작품이랑 모순이 되는 것이다. 약자에 대한 선의, 도움을 주려는 좋은 마음을 이용하는 악인들에 대한 소설이기 때문에 그 얘기는 나중에 다른 자리에서 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신작 ‘해리’를 “한 마디로 어떤 악녀에 관한 보고서”라고 소개했다.

“악이란 것에 시선을 집중하게 된 것은 민주주의가 후퇴하게 된 ‘이명박근혜’ 9년 동안 주변에서 목격한 악들이 그 이전에, 1980년대나 그 이전에 있었던 어떤 단순함과는 굉장히 달라졌단 것을 감지했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재벌과 가진 자의 횡포가 극심해진 사회에서는 간단한 말로 얼마든지 진보와 민주주의의 탈을 쓸 수 있고, 그런 탈을 쓰는 것이 예전과 다르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일찌감치 체득한 사기꾼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어요. 앞으로 몇십 년간 싸워야 할 악은 아마 민주주의의 탈을 쓰고 진보의 탈을 쓰고 엄청난 위선을 행하는 그런 무리가 될 거라는 작가로서의 감지를 이 소설로 형상화한 것입니다.”

이 소설은 올해로 등단 30년을 맞는 작가가 열두 번째 발표하는 장편소설이다. 전작 ‘높고 푸른 사다리’ 이후 5년 만에 내는 신작으로, 5년간 취재를 통해 원고지 1천600매 분량의 이야기를 완성했다. ‘고등어’, ‘도가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 사회 문제에 긴밀한 관심을 두고 소설로 형상화해온 작가가 또다시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들춰내는 작품이다.

주인공 ‘한이나’가 고향에 내려갔다가 우연히 어떤 사건과 피해자들을 만나게 되고, 그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악(惡)의 실체를 맞닥뜨린다.

이 소설은 겉으로는 선한 모습으로 포장된 악인들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주인공인 천주교 신부 ‘백진우’는 입으로는 온갖 사회 정의를 부르짖는 인물이지만, 알고 보면 어린 소녀와 젊은 여성들에게 성폭력을 가하고 장애인 봉사 단체를 내세워 사람들에게서 돈을 받아 자신의 부로 축적한다. 그의 애인으로 장애인 봉사단체를 운영하는 여성 ‘이해리’는 불우한 성장 과정을 내세워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일으키지만, 뒤로는 사람들의 은밀한 부위에 ‘봉침’을 놓는 등 기이한 수법으로 약점을 잡아 돈을 갈취하는 인물이다. 이해리는 특히 페이스북을 이용해 자신의 선하고 가련한 이미지를 만들어 퍼뜨린다.

작가는 인물들의 이런 이중성을 ‘해리성(解離性) 인격 장애’와 연결짓는다. 책의 첫머리에 이 용어를 적어놓고 ‘각기 다른 정체감을 지닌 인격이 한 사람 안에 둘 이상 존재하여 행동을 지배하는 증상. (후략)’이라는 백과사전 정의를 인용했다.

이런 이야기는 작가가 그동안 문제를 제기해온 ‘전주 봉침 여목사’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그러나 작가는 “우연히 맞닥뜨리게 된 어떤 사건에 영향을 받아 마음을 먹고 오래 취재를 했다. 모든 이야기는 모두 놀랍게도 거의 다 실화인데, 한 사람이나 두 사람에게서 나온 것은 아니고 5년 동안 수집한 실화들을 하나로 엮어 짜깁기했다고 보면 될 것”이라며 특정 인물, 사건과 직접 결부 짓는 일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다만, 후기에 쓴 대로 대구희망원 사건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다뤘다. 312명이 9년 동안 사망했고 굉장히 잔인한 형태였는데, (천주교) 대구대교구에서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았던 보도를 기초로 해서 그 부분은 실화 그대로 다뤘음을 말씀드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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