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시험지 유출, 대가 있었나…경찰 추가 압수수색

입력 : ㅣ 수정 : 2018-07-2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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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운영 병원서 자료 확보…일자리 약속·무료시술 여부 분석
학부모와 동문인 이사장 부인 소환조사…아직은 ‘참고인’ 신분
고3 내신 시험지(촬영목적으로 만든 소품) [연합뉴스 사진]

▲ 고3 내신 시험지(촬영목적으로 만든 소품) [연합뉴스 사진]

고3 내신 시험문제 유출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학부모가 운영하는 병원을 압수수색했다.

26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 수사관들이 최근 광주 한 고등학교 학부모인 A(52·여)씨가 운영하는 병원을 압수수색해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A씨가 학교 행정실장(58)에게 대가를 약속하고 시험지 유출을 공모했는지 파악하고자 병원 압수수색에 나섰다.

정년퇴직을 2년여 앞둔 학교 행정실장에게 병원사무 등 일자리를 약속했는지, 행정실장 본인 또는 주변인에게 값비싼 시술을 무료로 제공했는지 등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앞서 A씨와 행정실장 집, 사건이 일어난 학교도 압수수색해 증거물을 확보했다.

이날로 보름째에 접어든 시험지 유출사건 수사는 행정실장의 범행동기 입증에서 난관에 봉착했다.

의사인 A씨는 아들 성적을 올려 의대에 보내겠다는 범행동기가 분명하지만, 행정실장이 시험문제 유출이라는 부탁을 들어준 이유는 뚜렷하지 않다.

행정실장은 경찰에서 학교 운영위원장인 A씨의 영향력과 부모로서 딱한 처지를 봐서 시험문제 유출 요구에 응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시험문제 유출 대가로 거액의 돈을 받았다면 주변인에게 전달해서 숨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금융거래 분석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시험문제 유출에 개입했거나 도움 준 사람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경찰 수사는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경찰은 압수품 분석을 통해 시험문제를 빼돌린 A씨가 아들의 취약 과목만 간추린 정황을 포착했다.

A씨는 시험문제 편집본을 ‘족보’(기출문제 복원자료)라면서 아들에게 건넸는데 A4 용지로 4쪽 분량이다.

경찰은 이 학교 이사장 부인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윗선’ 개입 여부도 조사했다.

학부모 A씨는 올해 4월 학교발전기금 300만원을 기탁했고, 운영위 회의에 이어 식사 자리에도 참가하는 등 교직원과 친분을 쌓았으며, 이사장 부인과는 동문이다.

경찰은 A씨와 이사장 부인이 최근 1년여간 주고받은 휴대전화 메시지를 복원했는데 시험지 유출과 관련한 직·간접적 증거는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시험지 유출 사건으로 형사 입건된 피의자는 A씨와 행정실장 등 2명이다.

이들은 특정 수험생 성적을 조작하고자 올해 1학기 고3 이과 중간·기말고사 시험문제를 빼돌려 학사행정을 방해한 혐의(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해당 학교는 A씨 아들이 주변 학생에게 시험문제 일부를 알려준 기말고사만 재시험을 치렀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이 사건 후유증을 파악하는 심리검사를 진행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불거진 A씨 아들의 불법 과외에 대한 경찰 조사도 시작됐다.

시험문제 유출과 불법 과외 간 연결고리가 드러나지 않아 광주시교육청은 불법 과외학원 소재지를 담당하는 남부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조만간 시험지 유출사건 수사를 마무리하고, 피의자들에 대한 신병처리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또 사건을 검찰에 넘기기 전 브리핑을 열어 수사 과정을 기자들에게 설명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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