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비핵화 합의 이행, 北 한 발짝 이상 앞섰다

입력 : ㅣ 수정 : 2018-07-26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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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해빙무드 이후 서로 무엇을 양보했나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핵심 시설인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는 작업을 시작한 데 이어 ICBM 조립 시설도 해체한 정황이 25일 포착됨에 따라 지난 3월 북·미 해빙무드가 시작된 이후 ‘북한이 지킨 약속들’이 주목받고 있다.
사라진 ICBM 조립시설 북한이 평안남도 평성의 ‘3월16일 자동차공장’에 설치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조립 시설을 해체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소리(VOA)가 25일 보도했다. 청와대는 이날 북한이 6·12 북·미 정상회담 때 구두로 약속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ICBM 엔진 실험장 해체에 착수했다고 확인했다. 지난달 30일 ‘3월16일’ 자동차공장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왼쪽)에는 ICBM 조립 시설이 여전히 있지만 지난 20일 촬영한 위성사진(오른쪽)에선 사라졌다.  연합뉴스

▲ 사라진 ICBM 조립시설
북한이 평안남도 평성의 ‘3월16일 자동차공장’에 설치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조립 시설을 해체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소리(VOA)가 25일 보도했다. 청와대는 이날 북한이 6·12 북·미 정상회담 때 구두로 약속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ICBM 엔진 실험장 해체에 착수했다고 확인했다. 지난달 30일 ‘3월16일’ 자동차공장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왼쪽)에는 ICBM 조립 시설이 여전히 있지만 지난 20일 촬영한 위성사진(오른쪽)에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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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발사 실험장 해체는 6·12 북·미 정상회담 합의사항을 북한이 처음으로 실현한 것으로 의미가 있다. 최근 한·미 일각의 강경 보수파가 ‘북한 불신론’을 끊임없이 제기하며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흔들어온 상황을 무색게 하는 측면도 있다.

사실 미사일 발사 실험장 해체는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는 없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비공식적으로 약속한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이다. 김 위원장은 결국 이 비공식 약속을 지킨 셈이다.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을 보더라도 총 네 개 항 중 북한은 4항 ‘유해 송환’과 3항 ‘완전한 비핵화 노력’을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실천하기 시작한 반면 미국은 1항 ‘새로운 관계 수립’과 2항 ‘평화체제 구축 노력’ 등 북한이 요구하는 두 개 항에 대해서는 거의 실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월 북한과 미국이 정상회담에 합의한 이후 지금까지 양측이 취한 조치들을 단순 비교해도 북한이 미국보다 훨씬 더 많이 양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이 평안남도 평성의 ‘3월16일 자동차공장’에 설치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조립 시설을 해체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소리(VOA)가 25일 보도했다. 청와대는 이날 북한이 6·12 북·미 정상회담 때 구두로 약속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ICBM 엔진 실험장 해체에 착수했다고 확인했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1월 ‘3월16일’ 자동차공장에서 이동발사차에 실린 ICBM급 ‘화성15형’을 시찰하는 모습. 연합뉴스

▲ 북한이 평안남도 평성의 ‘3월16일 자동차공장’에 설치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조립 시설을 해체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소리(VOA)가 25일 보도했다. 청와대는 이날 북한이 6·12 북·미 정상회담 때 구두로 약속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ICBM 엔진 실험장 해체에 착수했다고 확인했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1월 ‘3월16일’ 자동차공장에서 이동발사차에 실린 ICBM급 ‘화성15형’을 시찰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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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국에 취한 양보는 어림잡아도 4가지는 된다. 미사일 발사 실험장 해체 외에도 북한은 지난 5월 24일 풍계리 핵시험장을 폐기했다. 같은 달 9일에는 억류 미국인 3명을 대가 없이 풀어줬다. 6·25 전쟁 때 사망한 미군 유해 송환도 이르면 27일 정전협정 65주년을 기해 이뤄질 전망이다.

반면 미국이 취한 양보는 8월로 예정됐던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연기한 것뿐이다. 그러면서 미국은 대북 제재를 굳게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에 서명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에도 소극적이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전엔 종전선언을 할 것처럼 공공연히 말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뒷걸음질을 치자 북한은 연일 “미국이 최근 입장을 돌변해 종전선언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북한이 지킨 약속이 ‘현찰’이라면 미국이 지킨 약속은 ‘어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 군사훈련은 재개하면 되지만, 북한이 폐기한 시설을 복구하려면 물리적·시간적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도 수시로 미국민들에게 “지금껏 내가 북한에 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금껏 미국이 양보한 건 거의 없고, 유일하게 한 게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한 것뿐”이라며 “6·12 북·미 공동성명에 대한 성실한 이행은 북한이 반 발짝도 아니고 한 발짝 앞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8-07-2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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