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도 사치”… 을의 절규, 끝내 비극

입력 : ㅣ 수정 : 2018-07-25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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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갑질·횡령 의혹 고발’ 하청업체 직원
석연찮은 수사 종결 반발 극단적 선택
“법조타운 공사 중 2억어치 자재 빼돌려”
반출 영상 증거로 냈지만 ‘불기소 처분’
“동부지법 공사 유착·부실 수사” 주장도
檢 “두 차례 수사 모두 정상적 절차 따라”

“갑질과 도둑질을 일삼는 회사는 잘사는데 힘없고 열심히 일한 국민은 억울해서 못살겠습니다.”

한 건설사 하청업체 직원 유모(52)씨는 지난 24일 이런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씨는 유서에서 “(대기업의 갑질에 대한 고발을) 밀어붙였으나 이길 수가 없었다”면서 “새벽 일찍 일어나 열심히 일한 대가가 이렇다. 적폐청산도 사치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에는 이렇게 바보 멍청이같이 살고 싶지 않다. 국민에게 진실을 알려달라”고 덧붙였다.
하청업체 직원 유모(52)씨가 남긴 유서 지난 24일 건설사의 갑질·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 결정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하청업체 직원 유모(52)씨는 유서에 “적폐청산도 사치다. 다음에는 이렇게 바보 멍청이 같이 살고싶지 않다”고 남겼다. 2018.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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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청업체 직원 유모(52)씨가 남긴 유서
지난 24일 건설사의 갑질·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 결정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하청업체 직원 유모(52)씨는 유서에 “적폐청산도 사치다. 다음에는 이렇게 바보 멍청이 같이 살고싶지 않다”고 남겼다. 2018. 7. 24

유씨는 앞서 A건설사 직원들이 송파구 문정법조타운 동부지법 신청사를 건축하는 과정에서 최소 1억 9000만원 상당의 관급 자재를 몰래 빼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해당 직원들을 검찰에 고발한 인물이다. 유씨는 지난 3년 동안 A건설사가 갑질과 횡령 등 비리를 수년간 저질러 왔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유씨에 따르면 건설사 측은 지급해야 할 비용을 임의로 깎아버리거나 공사장의 흙 처리 비용을 하청업체에 떠넘겼다. 유씨는 A건설사의 갑질을 입증할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건설사 직원이 자재를 몰래 반출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하고 이를 수사기관에 증거자료로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A건설사에 대한 두 차례의 수사에 대해 모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7월부터 진행된 관급자재 횡령 혐의에 대한 수사는 같은 해 11월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혐의 없음’으로 일단락됐다. 이에 유씨는 항고했고, 사건은 지난 2월 서울고검에서 서울동부지검으로 넘어오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혐의 없음’이라는 똑같은 결론이 내려졌다.
하청업체 직원 유모(52)씨가 남긴 유서 지난 24일 건설사의 갑질·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 결정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하청업체 직원 유모(52)씨는 유서에서 “갑질과 도둑질을 일삼는 회사는 잘 살고 힘없고 열심히 일한 국민은 억울해서 못살겠다”고 토로했다. 2018.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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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청업체 직원 유모(52)씨가 남긴 유서
지난 24일 건설사의 갑질·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 결정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하청업체 직원 유모(52)씨는 유서에서 “갑질과 도둑질을 일삼는 회사는 잘 살고 힘없고 열심히 일한 국민은 억울해서 못살겠다”고 토로했다. 2018. 7. 24

하지만 검찰은 A건설사에 대한 두 차례의 수사에 대해 모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7월부터 진행된 관급자재 횡령 혐의에 대한 수사는 같은 해 11월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혐의 없음’으로 일단락됐다. 이에 유씨는 항고했고, 사건은 지난 2월 서울고검에서 서울동부지검으로 넘어오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혐의 없음’이라는 똑같은 결론이 내려졌다.

이후 유씨는 변호사와 함께 재항고 준비에 돌입했다. 유씨는 당시 “일반인이 조사할 수 있는 최대치를 모아 수사기관에 제출했는데도 검찰은 공사장 CCTV를 압수수색하거나 자재 반출 차량 번호를 추적하지도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며 검찰의 부실수사를 강하게 주장했다. 이어 “검찰·법원과 건설사 간의 유착이 있다는 소문이 사실인 것 같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유씨는 공정거래위원회 등 다른 여러 기관의 문도 두드렸지만 소용없었다. 높은 벽을 실감한 유씨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25일 “처음 수사가 진행됐을 때 증거불충분으로 마무리됐고 유씨의 항고에 따른 재수사도 모두 정상적인 절차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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