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펴낸 작가 임승수
“먹고사는 데 마르크스의 경제학과 철학이 무슨 소용이 있냐고요? 돈을 많이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사회의 주인이 될 수 없어요.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노동 문제가 심각하고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해고 노동자들이 목숨을 끊는 지금, 마르크스의 철학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빼앗긴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에게 자신이 소중한 한 명의 인간이라는 것을, 또 자신이 이 사회의 주인이 되어야 진정한 민주주의가 성립된다는 것을 알려주니까요.”임승수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저술 활동가’라고 정의했다. “글쓰기가 귀찮을 때도 많죠(웃음). 다만 저에게는 글이 세상을 바꾸는 데 가장 좋은 도구였기 때문에 쓰기 시작했고, 쓰다 보니 제 글을 봐 주는 분들이 생겼어요. 어려운 사회과학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데 조금이나마 역할을 한 것 같아 보람찹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임 작가는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마르크스가 인기가 없는 것은 시의성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접촉면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학술서가 아닌 대중서로서 마르크스의 경제, 철학, 정치라는 큰 줄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대 학부에서 전기공학, 대학원에서 반도체 소자를 전공한 임 작가는 IT 기업에서 5년간 근무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2006년 퇴사했다. 그해에 책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를 내면서 작가로 첫발을 내디딘 그가 전업을 한 계기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이었다.
“대학 때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고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어요. 자본주의의 장막을 걷어내고 본질을 본 듯한 느낌이었달까요. 자본주의 환경에서만 살아온 저로서는 자본가와 노동자로 갈린 채 빈부 격차가 크게 벌어진 삶이 인류가 당연히 감수해야 할 자연법칙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마르크스를 접하고 난 뒤 이 사회와 인류가 좀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죠.”
강도 높은 업무 압박에 시달리던 끝에 일을 그만둔 임 작가는 책을 쓰면서 막혔던 숨통이 트였다고 했다. 책의 인기에 힘입어 2013년부터 경희대에서 ‘자본주의 똑바로 알기’라는 제목의 교양 과목을 가르치는 그는 1년에 150~200차례 대중 강연에도 나선다. 지난달부터는 팟캐스트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며 입담을 과시하고 있다.
“직장에 다닐 때 어느 순간 꼬박꼬박 들어오는 돈을 위해 팔아야 하는 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돈도 중요하죠. 마르크스의 어머니도 마르크스한테 ‘너는 돈에 대한 책을 쓰면서 돈은 왜 그렇게 못 버냐’고 했다잖아요(웃음). 그래도 내 인생이 돈이 아니라 어떤 1분 1초로 채워질 것인지 따져보고 삶의 경로를 정하는 순간 생각이 달라져요. 저만 해도 세상에 건네고 싶었던 제 말을 들어 주는 사람이 생겼잖아요. 돈에 시간을 팔지 않고 그 시간의 주인으로 사는 느낌, 경험해 보면 아시겠지만 정말 행복합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8-07-23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