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시험지 개별 보관 금지한다고…‘내신 불신’ 사라질까

입력 : ㅣ 수정 : 2018-07-2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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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전국교육청 공동대책 실효성 논란
시험지 사고 올해만 부산·광주·서울 3곳
“숨은 유출 더 많을 것…교육 개혁 절실
상대평가 인한 학생들 경쟁 해결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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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학교에서 시험지 유출 사고가 잇따르자 교육부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공동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교육당국의 재발 방지 대책에도 매번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실질적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학생 간 과도한 경쟁을 부르는 내신 상대평가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22일 시험지 유출 사건에 대한 대응책으로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교사가 개별적으로 시험지를 보관하지 못하도록 하고, 전국 중·고교 시험지 관리 실태를 전수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 20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교육국장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일선 고등학교의 시험지 유출 사고는 올해 들어서만 부산과 광주, 서울에서 세 차례 발생했다. 부산의 특수목적고와 서울의 자립형사립고는 학생이 직접 교무실에 침입해 시험문제를 촬영했고, 광주에서는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가 결탁해 시험지를 빼내 경찰이 수사 중이다.

교육당국은 시험지 유출에 따른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시험 출제에서부터 인쇄, 보관, 시험까지의 과정에 대한 지침을 담은 ‘학업성적관리시행지침’을 강화하기로 했다. 시험 출제 과정에서 교사가 시험문제를 PC 하드디스크에 저장하지 못하도록 하고 비밀번호가 설정된 지정 이동식저장장치(USB)만 사용하도록 하며 메신저나 이메일로 문제를 전송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출제 원안을 결재받은 후에는 담당 부서에서만 관리하고 교사가 개별적으로 보관하지 못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시험문제만 별도로 관리하는 ‘평가관리실’을 설치하거나 관련 시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사후약방문’ 같은 대책에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의 한 고교 학부모는 “시험문제 관리를 강화한다고 해도 교사와 학생·학부모가 마음 먹으면 서로 들키지 않고 시험문제를 유출하는 게 어려운 일이겠느냐”면서 “지금 밝혀진 시험지 유출 사례는 전체의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문제는 내신 상대평가로 인한 학생 간 경쟁 심화라고 지적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20학년도 기준 대입전형 중 내신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생부교과전형의 비율은 42.4%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결과적으로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시험지 유출 사고를 끊이지 않게 하는 원인”이라면서 “과도한 경쟁을 지양하도록 하는 교육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정 미양고 교사는 “현 내신 상대평가는 옆에 친구보다 한 문제라도 더 맞혀야 내 등급이 올라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시험지 유출 같은 부작용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면서 “내신 절대평가 도입 등이 이뤄져야 이 같은 폐해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2018-07-2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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