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원형상(源型象)-무시(無始)/이종상 · 산에서 온 새/정지용

입력 : ㅣ 수정 : 2018-07-19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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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상(源型象)-무시(無始)/이종상
원형상(源型象)-무시(無始)/이종상 69×60㎝, 동판에 유약 2014년 대한민국예술원 미술분과 회장. 서울대 동양화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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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형상(源型象)-무시(無始)/이종상
69×60㎝, 동판에 유약
2014년 대한민국예술원 미술분과 회장. 서울대 동양화과 명예교수

69×60㎝, 동판에 유약

2014년 대한민국예술원 미술분과 회장. 서울대 동양화과 명예교수

산에서 온 새/정지용

새삼나무 싹이 튼 담 우에

산에서 온 새가 울음 운다

산엣 새는 파랑치마 입고

산엣 새는 빨강모자 쓰고

눈에 아름아름 보고 지고

발 벗고 간 누이 보고 지고

따순 봄날 이른 아침부터

산에서 온 새가 울음 운다

나는 새삼나무를 모른다. 새삼나무에 핀 꽃이 무슨 색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길 걷다 어디에선가 꼭 이 나무를 만났을 것 같다. 만났는데 이름도 모르고 그냥 스쳐 지나간 것 같다. 새삼나무에서 우는 새. 이 새의 울음소리도 길 어디에선가 꼭 만났을 것 같다. 무슨 연유인가? 발 벗고 간 누이. 누이라는 말에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가 스미어 있다. 울 밑의 봉숭아나 과꽃을 보는 느낌이 있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전선으로 끌려간 누이들 생각이 나고 폭압의 시절 세상 떠난 귀정이나 승희 같은 누이들 생각이 난다. 세상에는 지금도 슬픈 누이들 많다. 이른 아침 모르는 새소리를 듣거든 잠시 그 누이들 생각을 하자.

곽재구 시인
2018-07-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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