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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송환 합의전에 서두른 美,지연전술 편 北…27일 첫결실 예상

유해송환 합의전에 서두른 美,지연전술 편 北…27일 첫결실 예상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7-19 14:06
업데이트 2018-07-1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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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합의前 송환 떠벌리기…北,美와 장성급회담 역제안해 협의 늦춰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 제4항에 명기된 미군 유해 송환을 둘러싼 북미간 첫 논의가 일단락되면서 향후 이행 절차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 소식통은 “15일 북미 장성급 회담과 16일 실무회담으로 북미간 유해 송환 관련 협의는 일단락된 것으로 안다”고 19일 전했다.

유엔군 사령부와 북한 인민군 채널을 통해 향후 유해 추가 발굴 논의 등이 이뤄질 수 있지만 북한이 이미 송환을 준비해 놓은 유해의 전달 문제와 관련한 협의는 일단 마무리됐다는 얘기다.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 제4항은 ‘북미는 신원이 이미 확인된 전쟁포로, 전쟁 실종자들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는 것을 포함해 전쟁포로, 전쟁실종자들의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공동성명 4개항 중 가장 마지막 항에 등장하는 유해 송환과 관련해 신속하게 움직였다. 지난달 23일 미군 유해를 북한으로부터 넘겨받는데 쓰일 나무 상자 100여 개를 판문점으로 이송했고, 그 무렵 오산 미군기지에는 유해를 넣을 금속관 158개를 대기시켰다.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미네소타주 유세에서 “우리는 우리의 위대한 전사자 영웅들의 유해를 돌려받았다. 사실 이미 오늘 200구의 유해가 송환됐다(have been sent back)”며 사실과 다르게 ‘완료형’으로 말하기까지 했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정상회담 후속 협의를 위해 방북하는 계기에 유해 송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절차는 생각보다 더뎠다. 지난 6∼7일 폼페이오 장관 방북 계기에 송환은 이뤄지지 않았고, 유해 송환 관련 실무회담을 개최한다는 합의만 나왔다.

폼페이오 장관이 실무회담 개최 날짜로 거론한 지난 12일, 북측 대표단이 회담에 불참한 채 장성급으로의 격상을 제안하는 바람에 15일과 16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각각 유해 송환 관련 장성급 회담과 영관급 실무회담이 열렸다.

장성급 회담후 미국 측은 5천 300여명으로 추정되는 북한내 미국인 유해를 찾기 위한 현장 발굴 작업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16일 실무회담에서 미군유해 55구 가량을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인 오는 27일 항공편으로 송환하기로 합의했다고 미군 기관지인 성조지가 17일 보도했다.

일정 변경은 다소 있을 수 있다는 게 미측의 설명이지만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라는 의미있는 시기에 미군 유해 송환이 이뤄질 공산이 커졌다. 북미정상회담 후 한 달 반 만에 국제사회는 정상성명 이행의 실질적인 첫 행보를 보게 될 전망이다.

유해 송환의 진척 속도와 관련해 물리적으로 시간이 필요한 일이기에 시간표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시각과, 북한의 ‘지연전술’이 가동되고 있다는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유해의 정밀 감식은 미국 내에서 이뤄진다 치더라도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유해송환을 놓고 진위 논란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북한 안에서 분류하고 정리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반면 이미 일부 유해들은 북한 내 수습 및 분류 작업이 마무리됐기에 북한이 의지만 있었다면 더 신속하게 송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측이 폼페이오 방북 계기에 비핵화와 관련한 후속 조치들을 요구한 상황에서 협상 전략을 점검하고 후속 협상을 실무적으로 준비하기까지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인도주의적 사안인 유해 문제에서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이번 유해송환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북한에 일정한 금액을 제공할지도 관심을 끈다.

미국 관련 당국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 대변인실은 최근 “정책 차원에서 미국 정부는 어떤 정부나 개인에게도 실종 미국인 유해에 대한 대가로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발굴 및 송환에서 발생한 비용을 정산할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1990년부터 2005년 사이 북한으로부터 약 629구로 추정되는 유해(334구 신원 확인)를 돌려받는 과정에서 북한에 약 2천200만 달러(약 249억 원)를 지급했다. 결국, 한 구당 약 3만5천 달러(약 3천962만 원)를 북한에 실비 정산 차원에서 지급한 셈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와 미국의 독자 제재 등으로 인해 북한에 대량의 현금을 제공하는 것은 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설사 결의 위반이 되지 않더라도 국제사회의 제재 대오 유지에 영향을 줄 개연성 등이 변수일 수 있다고 일각에서는 보고 있다. 북한이 북미정상회담 합의 이행에 대한 적극성, 최고 지도자의 ‘배포’ 등을 보여주기 위해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일체의 비용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예상도 없지 않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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