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군 유해 송환, 비핵화 불안 걷어내는 계기 돼야

입력 : ㅣ 수정 : 2018-07-15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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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비핵화가 한 달이 넘도록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다가 비핵화 시계가 멈추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국제사회에서 커지고 있다. 어제 판문점에서 열린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한 장성급회담은 비핵화를 가늠할 방향추라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지난 12일 유해 송환 실무회담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북측이 준비가 미흡하다며 회담 연기 및 장성급 격상을 요청했고, 미측이 받아들여 성사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6·12 정상회담에서 전쟁포로 및 실종자의 유해를 즉각 송환한다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이미 미군은 북한으로부터 유해를 넘겨받는 데 쓸 나무 상자 100여개를 판문점에 대기시켜 놓고 있다.

유해 송환이 이뤄지면 북·미 신뢰를 구축하는 중요한 토대가 마련된다. 비핵화가 더딘 속도로 움직이는 것은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교환 조건을 놓고 양측의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탓도 크다. 현재 양측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8월의 한·미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의 중단 등의 조치를 주고받았다. 이제부터 본격화할 미사일 엔진시험장의 폐기를 비롯한 비핵화 조치와 미국이 내놓을 체제보장 조치를 놓고 협상하는 과정에서 미군 유해 송환은 미국의 대북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싱가포르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 권위 있는 강연회인 ‘싱가포르 렉처’에서 “국제사회 앞에서 (북·미) 정상이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답지 않게 강력한 수사를 쓴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 합의 이행에 대한 의지를 담은 친서를 공개한 데 이어 14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은 훌륭한 협상가”라면서 “나는 평화를 보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듯한 의미를 담고 있다.

북·미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고위급회담에서 합의한 비핵화 워킹그룹 가동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미 국무부 관계자들과 만난 뒤 “북·미 협상이 곧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비핵화 회의론이 확산되고 부정적인 대북 기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한다.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동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북·미는 과감한 조치를 통해 신뢰를 높이고 비핵화를 추동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촉구한 ‘올해 안 종전선언’은 미국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다. 미국의 결단이 필요하다.

2018-07-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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