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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독일 포로” 발언에 참모들 ‘흠칫’…메르켈은 신중대응

트럼프의 “독일 포로” 발언에 참모들 ‘흠칫’…메르켈은 신중대응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7-12 11:28
업데이트 2018-07-1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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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폼페이오, 시선 피하고 입술 오므려…전문가 “불쾌함 표현한 것”

방위비 분담과 무역 문제로 대서양 건너편의 우방들과 좌충우돌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럽 순방은 우려했던 대로 ‘동맹 때리기’로 막을 올렸다.
트럼프 “독, 러에 포로로 잡혀”…가스 파이프라인 사업 비판
트럼프 “독, 러에 포로로 잡혀”…가스 파이프라인 사업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왼쪽)이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단체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스톨텐베르크 총장과의 조찬회동에서 “독일은 러시아에서 아주 많은 에너지를 얻고 있어서 러시아에 포로로 잡혔다”며 독일이 천연가스 수입을 위해 러시아와 체결한 가스 파이프라인 사업을 비판했다.
AFP 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막을 올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그 무대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이 주최한 조찬회동에서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의 인사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미리 준비한 공격에 나섰다.

타깃은 나토의 가장 중요한 회원국 중 하나이자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이 러시아의 가스 도입을 위해 추진하는 ‘노드 스트림 2 파이프라인’ 사업을 언급하며 “독일은 러시아에서 많은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러시아의 포로가 돼 있다”고 말해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독일을 보호하려고 하는데, 그들(독일)은 러시아에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이는 매우 부적절하다”며 비판 수위를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껄끄러운 관계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메르켈 총리와의 통화에서 안부 인사도 거의 생략한 채 독일의 국방비 지출과 대미 무역 흑자 등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놨다고 독일 관리들은 NYT에 전했다.

독일을 “러시아의 포로”로 지칭한 예상을 뛰어넘는 노골적인 표현에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하던 미국 관료 3명마저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문제의 발언이 나오자 케이 베일리 허치슨 나토주재 미국대사는 맞은편에 앉은 동료들의 시선을 피했고,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고개를 숙였다가 몸을 돌려 먼 곳으로 시선을 돌린 뒤 입술을 꽉 오므리는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왼쪽에 앉아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대통령에게서 고개를 돌려 앞에 놓여있던 접시를 내려다봤다고 WP는 전했다.

사람의 얼굴 움직임을 분류하는 데 사용하는 ‘안면 근육 활동 부호화 체계’(FACS) 권위자인 패트릭 스튜어트 아칸소대 부교수는 켈리 비서실장의 얼굴 움직임은 짜증과 연관된 것이라며 “그는 자신이 불쾌하고, 어쩌면 화가 났다는 것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보디랭귀지 전문가인 메리 시빌로는 “켈리 비서실장은 다른 곳에 있기를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WP의 질의에 “켈리 비서실장은 제대로 된 아침 식사를 기대했는데 단지 빵과 치즈가 나와서 실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공세에 평소 침착한 태도로 잘 알려진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이 이례적으로 반격에 나서기도 했다.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은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항상 서로를 보호하고 방어하기 위한 핵심 임무에 대해 단결할 수 있다는 것이 나토의 힘”이라고 일침을 놨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막아내야 할 사람으로부터 에너지를 받고 있는 나라가 있는데도 어떻게 함께할 수 있느냐”고 반박했고,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은 “러시아에 맞서 일치단결할 때 우리가 더 강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다시 응수했다.

당사자인 메르켈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전해듣자 자신이 동독 출신임을 상기시키면서 “나는 소련의 통제를 받았던 동독을 직접 경험했다”며 “오늘날 통일 독일에서 자유를 누려 매우 행복하다. 우리는 스스로 정책을 결정한다”고 반박했다.

다만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서 설전을 벌이는 것을 자제하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고 NYT는 평가했다. 자국 내에서 좌우 양쪽으로부터 도전에 직면하는 등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이후 열린 미국과 독일의 양자 정상회담에서는 두 정상 모두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애쓰는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시간가량 진행된 미독 정상회담 후 “우리는 (메르켈) 총리와 매우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했고, 메르켈 총리도 “우리는 좋은 파트너다. 미래에도 계속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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