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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특검, 드루킹 산채 휴대전화 ‘영장 없이 수집’ 적법성 논란

[단독]특검, 드루킹 산채 휴대전화 ‘영장 없이 수집’ 적법성 논란

나상현 기자
입력 2018-07-11 11:37
업데이트 2018-07-1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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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 수집 증거는 증거 능력 없다는 독수독과 논란 가능성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허익범 특검팀이 드루킹 일당의 활동 근거지로 알려진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일명 산채)에 대한 현장조사 중 압수수색 영장 없이 휴대전화와 유심칩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돼 적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사용될 경우 ‘독수독과’(毒樹毒果·위법수집 증거는 증거능력 없음)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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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허익범 특검팀이 드루킹이 사용하던 경기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현장 조사 중 입수한 휴대전화와 유심칩이 포함된 쓰레기더미. 특검팀 제공
10일 허익범 특검팀이 드루킹이 사용하던 경기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현장 조사 중 입수한 휴대전화와 유심칩이 포함된 쓰레기더미.
특검팀 제공
11일 허 특검팀은 최득신 특검보를 포함한 수사팀 7명이 전날 산채에서 발견한 다량의 휴대전화와 유심칩에 대한 포렌식(디지털 정보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건물주의 안내를 받아 산채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버리려고 쌓아둔 쓰레기 더미에서 휴대전화 등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현장 조사엔 경찰관도 안내역으로 함께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압수수색 영장 없이 임의로 증거품을 수거했다. 특검 관계자는 증거품 수집 과정에 대해 서울신문에 “현장조사는 압수수색 영장 없이 나갔다. 소유권을 포기한 건물주 동의 하에 건물주로부터 임의제출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놓고 법조계에선 불법 수집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씨 일당이 휴대전화 등의 소유권을 포기하거나 임의제출에 동의했는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고, 또 건물주에게 입주자 측 소유로 보이는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할 권리가 있는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증거품이 발견된 장소가 실외인지 실내인지, 공유하는 공간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특검이 공개한 사진만 보면 실내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소유권이 건물주에게 확실히 이전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증거 능력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도 “현장조사에서 범행에 쓰인 게 유력한 물품을 발견했다면 일단 입수한 뒤 사후 영장을 청구할 수 있겠지만, 이번 수사 과정은 사후 압수수색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 218조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기타인의 유류(물건을 놓아둠)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장 없이 압수한 물품이 유류품이라거나 타인이 보관했다는 사실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으면 향후 재판 과정에서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앞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태블릿PC는 수사기관이 아닌 언론사가 입수한 증거품임에도 위법 수집 증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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