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도 없애고 심장병도 고치는 ‘유전자 가위’

입력 : ㅣ 수정 : 2018-07-1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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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된 유전자 가위 기술
미국 연구진이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동물을 제거하기 위한 ‘유전자 드라이브’ 실험을 시작했다. 생쥐가 포유류에 있어서 첫 번째 유전자 드라이브 실험 대상이 됐다. 특정 유전자나 DNA를 자르거나 붙이는 등 편집을 통해 질병을 치료하는 유전자 가위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네이처/사이언스포토라이브러리·사이언스 제공

▲ 미국 연구진이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동물을 제거하기 위한 ‘유전자 드라이브’ 실험을 시작했다. 생쥐가 포유류에 있어서 첫 번째 유전자 드라이브 실험 대상이 됐다. 특정 유전자나 DNA를 자르거나 붙이는 등 편집을 통해 질병을 치료하는 유전자 가위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네이처/사이언스포토라이브러리·사이언스 제공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삶과 죽음에는 DNA 유전정보를 담은 게놈(유전체)이 관여하고 있다. 사람은 32억쌍에 이르는 DNA 염기를 갖고 있는데 이 중 하나만 잘못돼도 희귀 유전병이나 암으로 고통을 받게 된다.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아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미국 연구진이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동물을 제거하기 위한 ‘유전자 드라이브’ 실험을 시작했다. 생쥐가 포유류에 있어서 첫 번째 유전자 드라이브 실험 대상이 됐다. 특정 유전자나 DNA를 자르거나 붙이는 등 편집을 통해 질병을 치료하는 유전자 가위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네이처/사이언스포토라이브러리·사이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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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연구진이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동물을 제거하기 위한 ‘유전자 드라이브’ 실험을 시작했다. 생쥐가 포유류에 있어서 첫 번째 유전자 드라이브 실험 대상이 됐다. 특정 유전자나 DNA를 자르거나 붙이는 등 편집을 통해 질병을 치료하는 유전자 가위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네이처/사이언스포토라이브러리·사이언스 제공

그러던 중 최근 인간은 ‘유전자 가위’라는 강력한 도구를 손에 넣게 됐다. 유전자 가위는 DNA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염기서열을 찾아 잘라내고 정상적인 유전자를 붙여 넣거나 특정 염기를 다른 염기로 교체하는 일종의 ‘유전자 편집 기술’이다. 현재 쓰이는 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1, 2세대보다 만들기 쉽고 가격이 저렴해 많은 과학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며 연구하고 있다.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유전자 드라이브’로 페스트를 비롯해 각종 질병의 매개체가 되는 시궁쥐를 절멸시키는 연구가 진행되는가 하면 간에서 생성되는 콜레스테롤 양을 줄이도록 유전자를 편집해 심근경색을 예방하는 실험이 성공하기도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UC샌디에이고) 생명과학부 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인류에게 해가 되는 개체군을 절멸시킬 수 있는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을 확보했다고 생물학 분야 학술데이터베이스 ‘바이오아카이브’(bioRxiv) 4일자에 발표했다.

유전자 드라이브는 특정 유전자가 세대를 거듭하면서 후손들에게 유전되도록 해 결국 해당 종(種) 전체 개체의 유전형질을 바꾸는 기술이다. DNA의 특정 부분을 크리스퍼 가위로 자른 뒤 원하는 기능의 유전자를 붙인 다음 해당 생물종의 유전체에 심으면 생식과 번식을 반복하면서 특정 유전자가 전체에 퍼지는 원리이다. 이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은 질병을 옮기는 유해 곤충을 없애거나 질병을 매개하는 기능 자체를 없애버리는 데 활용하기 위한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지카바이러스나 말라리아, 뇌염 등을 옮기는 모기를 멸종시킬 수 있는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은 실험실 수준에서 확보한 상태다.

UC샌디에이고 연구팀은 페스트나 각종 질병의 매개체인 시궁쥐, 집쥐 등 설치류를 제거할 수 있는 유전자 드라이브를 이번에 구축한 것이다. 일반적인 유전법칙으로는 유전자가 후손에게 전달되는 비율은 50%이지만 이번 기술은 암컷 생쥐의 변이된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는 비율이 73%에 이른다.

그렇지만 호주 캔버라 국립대 게탄 버지오 유전학 교수를 비롯한 또 다른 유전자 가위 연구자들은 “유전자 드라이브가 실험실에서는 완벽하게 작동하겠지만 야생에서는 생각만큼 효과를 못 볼 수 있다”며 “유전자 드라이브가 해당 지역의 설치류 전체에 확산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정도의 시간이면 종의 저항성도 생겨나 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생명공학기업 프리시전 바이오사이언스 공동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어른 마카크 원숭이의 간에서 ‘PCSK9’이라는 유전자를 편집하는 방식으로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LDL콜레스테롤 생산을 억제해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고 생명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10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인체에 무해한 아데노연관바이러스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탑재시켜 마카크 원숭이의 간으로 전달했다. 유전자 가위를 주입하고 4개월 뒤 6마리의 어른 원숭이 간에서 PCSK9 유전자가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혈중 LDL콜레스테롤이 60% 이상 감소됐다고 연구팀은 보고했다. 연구팀은 PCSK9 유전자를 편집해 치료하는 방법이 동물실험을 통해 검증된 만큼 일부 문제점을 개선하면 PCSK9 차단제를 복용할 수 없는 심장질환 환자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임스 윌슨 펜실베이니아대 유전자치료학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유전자 가위 기술이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에서도 효과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며 “원숭이의 몸에 별다른 문제 없이 콜레스테롤 생성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은 기술의 안정성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8-07-1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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