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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제하던 제자 앞에서 자해 위협한 교사 항소심 ‘무죄’

교제하던 제자 앞에서 자해 위협한 교사 항소심 ‘무죄’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7-09 15:28
업데이트 2018-07-0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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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집행유예 원심 파기…“일시적 분노일 뿐, 협박 의도 없어”

고등학교 교사가 흉기로 자해할 듯한 행동으로 교제하던 제자를 위협한 사건과 관련, 법원이 해당 교사에 대한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울산지법 형사3부(김현환 부장판사)는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교사 A(37)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1심 재판부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경남의 한 고등학교 체육교사였던 A씨는 2014년 3월께부터 제자 B양과 교제했다. 두 사람은 수차례 성관계도 했다.

두 사람에 대한 소문이 점차 주변에 알려졌고, 학교장 C씨의 귀에도 들어갔다.

결국 A씨는 2016년 1월 교장 호출을 받게 됐다.

2016년 1월 A씨는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B양과 교장 호출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중 B양에게서 “교장과 짜고 나를 떼어 내려고 하는 것 아니냐. 교장과의 대화 내용을 모두 녹취해 오라”는 말을 듣고 격분, “차라리 죽어버리겠다”고 말하면서 흉기로 자해할 듯한 태도를 보였다.

A씨는 흉기를 휴대한 채 B양을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와 별개로 A씨는 제자와 1년 10개월간 성관계를 지속하고, 제자를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점이 인정돼 교직에서 해임됐다.

1심 재판부는 “학교장과 B양 사이에서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에 있던 A씨는 B양이 자신을 불신하는 모습을 보이자 자해행위를 시도했다”면서 “실제로 자해로 나아갔다면 두 사람의 관계가 널리 알려져 B양에게 큰 불이익이 될 수 있었고, 상황에 따라서는 자해행위가 언제든지 B양에 대한 위해행위로 바뀔 수 있었다”면서 유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A씨 행위는 일시적인 분노의 표시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협박의 의사가 있었다거나 B양이 겁을 먹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B양 부모에게 결혼 승낙을 받고 정식으로 교제하겠다’는 각서를 작성해 학교장에게 제출했고, B양 부모로부터 ‘딸이 대학 졸업할 때까지는 만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관계를 끝내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B양은 대학에 진학한 이후 A씨가 제자를 농락했다는 취지의 메일을 다른 교사에게 보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B양의 법정 진술을 보면 A씨는 제자와의 교제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무척 두려워하던 상황에서 B양에게서 녹취를 강요당하자 ‘협박당하면서 사느니 차라리 죽겠다’며 자해를 시도했으나, B양에게 다가서거나 위협하지는 않았다”면서 “오히려 B양이 A씨에게 다가가 ‘손에 상처가 남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거나, 맨손으로 흉기를 빼앗은 점을 보면 공포심을 느꼈다고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B양은 결별 후 약 1년이 지나서야 A씨를 성폭력 혐의로 고소했는데, 증거와 정황으로 볼 때 두 사람은 강제추행이나 강간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종합하면 A씨는 실제로 B양에게 위해를 가할 의사가 없었다고 보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협박 의사가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겁을 먹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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