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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민장벽 욕하면서 우리 앞 난민은 외면… 공존 배울 때”

“美이민장벽 욕하면서 우리 앞 난민은 외면… 공존 배울 때”

기민도 기자
입력 2018-07-08 22:44
업데이트 2018-07-09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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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난민 희망과 절망] <하>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 인터뷰

“고작 500명이 왔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혐오하고 거부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묵살하는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4일 제주시 가톨릭회관 3층 교구장실에서 만난 강우일(73) 천주교 제주교구장은 “700만이 넘는 한국인들이 지금 해외 시민들의 관대한 수용으로 외국에서 더부살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민자 가족의 부모와 아이를 분리하는 미국의 모습에 분노했으면서 정작 우리 마당에서 벌어진 일은 외면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강 교구장은 지난 1일 “난민 배척은 인간 도리를 거부한 범죄”라는 내용의 사목서한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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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제주시 가톨릭회관 교구장실에서 서울신문 취재진과 만난 강우일(73) 천주교 제주교구장이 예멘 난민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강 주교는 “난민을 혐오하고 배척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 권리를 묵살한 범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제주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지난 4일 제주시 가톨릭회관 교구장실에서 서울신문 취재진과 만난 강우일(73) 천주교 제주교구장이 예멘 난민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강 주교는 “난민을 혐오하고 배척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 권리를 묵살한 범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제주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사목서한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생명이 위태로운 사람이 내 집 문을 두드릴 때, 그 문을 열기를 거부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를 저버리는 일이다.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묵살하는 것은 범죄라는 말이었다.

→종교적·윤리적 호소임을 감안해도 난민 반대를 주장하는 정서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일제강점기 연해주와 만주로 이주한 선조들, 임시정부를 꾸린 독립운동가들, 4·3 사건으로 일본으로 떠난 제주도민들이 모두 난민이었다. 수많은 난민을 양산한 6·25 전쟁은 아마도 1951년 체결된 난민 협약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난민 협약에 가입한 대한민국은 당연히 난민을 받아야 하는 국제법적인 의무가 있다. 예멘인 500여명 들어왔다고 해서 갑자기 태도를 바꾸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도리를 저버리는 위법적인 행위다.

→그동안 다른 나라 이야기로 알았던 난민 문제가 우리 앞에서 벌어진 현실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10여년 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이주의 큰 흐름이 나타났다. 이것은 고대부터 생존을 찾아 이어져 온 민족 이동이라는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위정자들도 단순히 예멘 사람 500명만 생각할 게 아니라 지구촌 전체에서 벌어지는 ‘메가 트렌드’에 대한 이해 속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

→지금은 500명이지만, 더 많은 난민이 유입될 것이다. ‘인도주의’만으로 감당할 수 있나.

-물론 무한정으로 받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의 난민 수용 비율(4%)은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낮다. 당분간 더 받아들여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하면 최하위 수준일 것이다. 처음부터 갑자기 많이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지금 단계에서의 우려는 그야말로 ‘기우’다.

→경제적인 이유로 이주해 온 사람들도 받아들여야 하나.

-우리가 다 먹여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한국의 경제구조 속에서 그들이 스스로 일해서 먹고살 수 있도록 해 주면 되는 거다.

→독일이나 이탈리아 등에서도 난민 배척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유럽의 많은 국민과 지도자들은 지중해에서 조각배와 함께 가라앉는 생명의 존엄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경제적인 부담과 반대 여론 속에서도 힘이 닿는 데까지 도우려는 정책을 펴고 있는 국가와 지도자들이 많다.

→제주 난민 배척 국민청원이 60만을 넘었다. 일부 의견이 아니라 대세로 자리잡는 느낌이다.

-일부 의견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세계적인 시야에서 난민 문제를 바라보고, 다른 민족에 대한 연대·공존의식을 터득해야 하는 시대라고 국민께 말씀드리고 싶다. 편협한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넘어야 하는 시대인데 오히려 벽을 더 높이 쌓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난민과 이주민이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주노동자들이 담당하는 영역은 대부분 한국 사람이 기피하는 곳이다. 제주에서도 감귤을 따는 일에는 국내 노동력이 제대로 충원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산업도 이주노동자 없이는 작동하기 어려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불안감을 넘어 잘못된 정보에 기반을 둔 혐오도 많다.

-이슬람에 대한 가짜 정보가 굉장히 많은 것 같다. 물론 이슬람 중에 극단주의적인 성향이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 이슬람 신자들은 우리처럼 평범하게 가족 간의 끈끈한 정을 갖고 산다.

→출도(제주 밖으로 이동)제한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폐기했으면 한다. 지리적으로 좁은 제주는 일자리가 많지 않고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는 사람도 드물다. 예멘인들이 좀더 다양한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한국 사회에 적응할 길을 더 폭넓게 터 줘야 우리가 우려하는 문제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제주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2018-07-0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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