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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사망 배우자와 별거했었다고 체류연장 불허는 위법”

법원 “사망 배우자와 별거했었다고 체류연장 불허는 위법”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18-07-08 09:00
업데이트 2018-07-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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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와 오랫동안 별거 상태에 있던 몽골 여성의 체류기간 연장을 허가하지 않은 조치는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 김선영 판사는 몽골 국적 여성인 A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체류기간 연장 등에 대한 불허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2000년 11월 방문동거(F-1) 체류자격으로 국내에 들어와 다음해 우리 국민인 이모씨와 혼인신고를 마치고 ‘국민의 배우자’로서 거주(F-2) 자격을 받았다. 이씨는 지난해 4월 사망했고, A씨는 지난해 9월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결혼이민(F-6) 체류자격에 대해 체류기간연장 허가신청을 했다.

그러나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A씨가 배우자와 장기간 동거하지 않았고, 이씨의 사망사실을 몰랐던 점 등을 들어 혼인의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체류기간 연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2000년부터 동거하며 혼인생활을 하다 남편의 주벽으로 2006년 말부터 별거를 하게 됐다”면서 “남편이 사망한 것을 한 달 뒤쯤 늦게 알게 된 것은 맞지만 별거기간 중에도 한 달에 두어번 만남을 가지며 남편의 생활비까지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이씨와 진정한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김 판사는 “A씨는 ‘국민인 배우자와 혼인한 상태로 국내에 체류하던 중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에 해당한다”면서 체류기간을 연장해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출입국관리법상 결혼이민(F-6) 규정을 종합해 보면 외국인이 국민인 배우자와 혼인한 상태로 국내에 체류하다가 상대방의 주된 귀책사유로 혼인관계를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없게 되면 체류기간 연장을 허가할 수 있다.

김 판사는 A씨가 이씨와 2000년부터 2006년까지 함께 살면서 그 중 4년 남짓 이씨의 부모를 모시고 생활했던 점, 2006년 A씨가 이씨의 아이를 임신했다가 유산한 점 등을 들어 두 사람의 혼인관계를 인정했다. 이씨는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아 동거기간 중 소득활동을 거의 하지 못해 A씨가 식당이나 모텔, 편의점, 공장 등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책임졌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러나 이씨가 평소 과도한 음주로 만성 알코올 중독 상태에 있었고 술을 마시면 주변인들을 때리거나 괴롭히는 등의 주벽이 있어 이로 인해 A씨와 다른 가족들과도 지속적으로 갈등이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갈등이 계속되자 2006년 말 집을 나가 별거를 하면서 한 달에 한 두번 정도 이씨를 찾아 생활비를 주기도 했다. 지난해 이씨의 사망 당시 사체검안을 통해서도 만성 알코올 중독 상태가 있었음이 밝혀졌고 만성신장부진 및 간경변합병증이 사인으로 나왔다.

김 판사는 “A씨와 이씨는 6년여간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유지했고 별거한 기간에도 주기적으로 A씨가 이씨를 방문해 돌보고 간헐적으로 경제적 도움을 주었다”면서 “A씨는 이씨의 사망 당시까지 진정한 혼인관계를 유지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별거를 시작한 무렵부터 혼인관계에 파탄을 가져온 것에는 이씨의 주된 책임이 있다고 봤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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