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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업 사냥꾼’의 어이없는 실족사… HNA그룹 먹구름

中 ‘기업 사냥꾼’의 어이없는 실족사… HNA그룹 먹구름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18-07-05 23:10
업데이트 2018-07-06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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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 왕젠 회장 佛서 추락 사고

아시아나 기내식 GGK 지주사
900억 달러 부채 이어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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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항(HNA)그룹 창업자 왕젠 회장. 로이터 연합뉴스
하이항(HNA)그룹 창업자 왕젠 회장.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공산당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다 부채의 늪에 빠져 고전했던 하이항(HNA)그룹 창업자 왕젠(王建·57)이 돌연 실족사해 그룹 전체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하이항그룹은 4일 그룹 홈페이지에 왕 회장의 부고를 올리고 모든 사진을 흑백으로 처리했다. 부고는 왕 회장이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에서 업무 출장 도중 갑작스런 사고로 사망했다는 내용으로 공동 창업자인 천펑(陳峰·65) 회장은 “재능 있는 지도자이자 역할 모델이었던 왕 회장을 잃었지만 그의 선견지명은 그를 아는 모든 이들에게 등대로 남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왕 회장은 지난 3일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의 관광마을인 보니외를 둘러보던 중 난간에 올라가 기념촬영을 하려다 15m 아래로 추락했다. 그는 중국 민용항공학원을 졸업한 뒤 중국 민항총국에서 일하며 협상, 항공 관리 분야에서 경험을 쌓다가 1990년 하이난(海南)항공 설립에 공동으로 참여했다. 해외기업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 하이난항공뿐 아니라 물류, 관광,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산업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그의 그룹 지분은 15%에 달했다.

하이항그룹은 한때 중국의 2인자인 왕치산(王岐山) 국가 부주석의 ‘뒷주머니’란 의혹에 시달렸다. 미국에 도피 중인 중국인 사업가 궈원구이가 하이항그룹이 공산당의 후원으로 성장했으며 왕 부주석의 처조카 야오칭 등 그의 친척들이 비공개 주주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창업자인 천 회장은 “1000% 거짓”이라며 “하이항의 최대 주주는 하이난성 정부 산하 츠항기금회로 왕 부주석은 30년 전 중국농촌개발신탁투자공사에서 함께 근무한 상사일 뿐”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하이항그룹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400억 달러(약 45조 6000억원) 규모의 해외기업 사냥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기내식 대란이 일어난 아시아나항공의 모회사인 금호홀딩스의 회사채 1600억원도 지난해 2월 인수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기존 업체와 계약을 끊고 하이난항공과의 합작회사인 ‘게이트고메코리아’(GGK)를 세워 30년간 기내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올 3월 게이트고메코리아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기내식 공급이 중단되자 아시아나가 새 업체를 찾는 과정에서 기내식 대란이 발생했다. 하이항그룹은 그동안 활발한 M&A로 쌓인 900억 달러 규모의 빚 때문에 고전하고 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2018-07-0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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