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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월드컵’ 오명 붙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여성혐오, 성차별, 성폭력 피해 잇따라

‘성폭력 월드컵’ 오명 붙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여성혐오, 성차별, 성폭력 피해 잇따라

최훈진 기자
입력 2018-07-05 19:24
업데이트 2018-07-0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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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킹 러시아 지사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프로모션 게시물. 가디언 캡처
버거킹 러시아 지사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프로모션 게시물. 가디언 캡처
“월드컵 출전 선수들의 아이를 임신하면 상금 300만 루블(약 5313만원)과 버거킹 와퍼를 평생 공짜로 드립니다.”

믿기 어렵지만 지난 19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셜미디어서비스(SNS)인 VK에는 이런 내용이 올라왔다.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체인 버거킹 러시아 지사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기간을 맞아 공식 온라인 계정에 새 프로모션을 안내한 것이다. 거센 비판이 일자 버거킹 측은 즉시 게시물을 내리고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아르헨티나축구협회(AFA)는 지난 5월 40여명의 월드컵 취재 기자를 대상으로 한 러시아 문화 강의에서 ‘러시아 여자 꼬시는 법’이라는 내용의 매뉴얼을 배부했다. 이 또한 SNS를 타고 퍼져 몰매를 맞았다.

월드컵 열기에 편승해 여성혐오와 성차별 행태가 버젓이 기승을 부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승부가 펼쳐지는 경기장 안팎에서는 성추행, 성희롱 등 성폭력 피해가 속출해 ‘성폭력 월드컵’이라는 오명이 따라붙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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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월드컵 경기를 생중계하던 여성 리포터가 기습 키스를 당하고 있다. 가디언 캡처
러시아 월드컵 경기를 생중계하던 여성 리포터가 기습 키스를 당하고 있다. 가디언 캡처
미국 CNN은 본선이 시작된 지난 14일 이후 주로 생중계를 담당하는 방송인을 겨냥한 성폭력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고 주목했다. 대부분의 피해는 여성에 집중됐으나 지난달 28일 생방송 리포트 도중 러시아 여성에게 기습 키스를 당한 MBN 기자 등 남성이 피해자로 등장한 사례도 있었다.

월드컵을 주최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 참여한 기자 1만 6000명 가운데 여성은 14%다. CNN은 이들 여성 언론인의 일부가 지난 2주 대회 기간에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 등에 시달렸다고 보도했다. 특히 생방송 중 버젓이 발생하는 성추행이 많았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의 스페인 채널 기자인 줄리에스 곤살레스 테란은 러시아 사란스크에서 방송하던 중 한 남성의 습격을 받았다. 해당 남성이 가슴에 손을 대고 키스를 했지만 곤살레스 테란은 분노한 마음을 억누르고 리포트를 마쳤다.

곤살레스 테란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리가 이런 대접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축구의 즐거움은 이해하지만, 애정과 학대의 경계는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축구와 관련해 여성 언론인들이 겪는 학대는 러시아만의 문제는 아니다. 브라질에서는 그런 상황이 끈질기게 지속돼 결국 ‘일 좀 하게 해달라’는 캠페인까지 출범했다.

브라질 언론 글로보에스포르테의 기자로 캠페인에 참여하는 아만다 케스텔만은 남성 축구팬들의 특권의식 탓에 성폭력이 빈발한다고 지적했다. 케스텔만은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때도 러시아에 있었는데 월드컵 때가 훨씬 심하다”며 “월드컵을 남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서포터들이 대회에 편승해 최악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아닌 경기 해설자에 대한 폭력도 심각한 수위에 이르렀다. 영국에서는 비키 스파크스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월드컵 경기 생중계를 맡았는데 포르투갈이 모로코를 이긴다고 했다가 성차별적 언사에 시달렸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에서 활동한 제이슨 쿤디는 “여자 해설자 목소리는 듣기 거북하다”며 “전후반 90분 동안 고음을 듣기 싫고 축구에서 극적인 순간은 저음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에서는 이런 작태에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강력한 조치가 뒤따랐다. ZDF방송은 자사의 해설자인 클라우디아 노이만을 겨냥해 SNS에서 성차별적 폭언을 퍼부은 이용자 2명을 지난달 30일 형사고발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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