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선 독서연구가
아쉬움에 안타까움을 더한 것은 국회의사당 바로 옆 윤중로에 있는 벚나무 이야기였다. 1911년 일제가 창경궁을 훼손하고자 하는 의도로 심었던 것을 1981년 창경궁 복원 때 모두 여의도로 옮겨 심은 것이란다. 국회의원들이 각성해서 국력을 키우는 정치를 하기를 바랄 뿐이다.
빛의 카페 2층에서 일행은 편히 앉아 해설을 들을 수 있었다. 아래는 12개 시민공원 중 일부인 여의도 물빛광장이 펼쳐졌다. 드라마나 영화에 많이 등장하는 마포대교 아래에서 다리 속을 들여다봤는데, 그 웅장함에 주눅이 들 정도였다. 왼쪽 서강대교와 오른쪽 원효대교를 비교하며 해설이 이어지는 동안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는 여의도 비행장 역사의 터널에 이르기 전에 그쳐 일행은 다시 쾌적하게 산책을 할 수 있었다. 최초의 비행사 여부를 놓고 말은 많지만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처음 비행을 한 안창남 조종사가 서울 상공을 비행하며 서대문 감옥의 형제들에게 ‘어떻게 지내십니까?’ 안부를 묻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듣노라니 울컥했다.
여의정과 사모정을 지나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만드는 비경에 잠시 취한 후 버스 정거장 옆 좁은 계단을 따라 지하 벙커로 내려섰다. 벙커 안에는 국군의 날 행사에서 ‘큰 자유를 위해서 작은 자유를 희생할 줄도 알고’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시 올라선 여의도 중심 도로에는 ‘굴착 절대 금지’라는 빨간 글씨가 바닥에 붙어 있었다. 마지막 장소인 여의도광장에서 C47 비행기를 볼 수 있었다. 지난날 역사 속의 아쉬움은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깨달음의 도구이다. 윤중로의 벚꽃과 한강공원의 수목들로 눈은 즐거운 하루였다. 맛있는 점심으로 기운을 회복하려고, 빌딩 사이로 사라지는 사람들을 쫓아 걸음을 재촉했다.
김은선 독서연구가
2018-07-05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