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JP의 승자론/임창용 논설위원

입력 : ㅣ 수정 : 2018-06-2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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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하면 뭐하나. 미운 사람 죽는 걸 확인하고 편안히 숨 거두는 사람이 승자지.” 타계한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평소 역설했다는 ‘승자론’이다. 어떤 이는 그가 막말이 판치는 정치판에서 품격 있는 언어를 구사한 마지막 로맨티시스트라고 치켜세웠지만, 이 말이야말로 그의 속내를 가장 잘 드러낸 어록이 아닌가 싶다.

JP는 5·16쿠데타와 3당 합당, DJP 연합 등 격동의 한국 정치 한복판에 있었다. 박정희 정권 이후에도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부에서 실세 총리와 당 대표, 9선 의원을 지내며 권부의 핵심을 지켰다. 반면 그의 보스였거나 때론 정적이었던 1인자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세상을 등지거나 감옥에 갔다.

지인이 전화를 했다. 오래전 민주열사 관련 특집기사 취재 때 알던 분이다. 그는 “정부가 꼭 JP에게 훈장을 줘야 했냐”고 한탄했다. 사실 JP는 1961년 이래 상당 기간 반민주 진영의 중심에 있었다. 3당 합당이나 DJP 연합도 민주화보다는 권력 분점을 위한 타협의 측면이 컸다. 지인은 훈장 추서가 JP의 승자론 확인이란 느낌이라도 든 걸까. 묵직한 여운이 귓속을 맴돌았다.

sdragon@seoul.co.kr
2018-06-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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