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건의 유배의 뒤안길] 특이하게 맛난 것

입력 : ㅣ 수정 : 2018-06-2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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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건 제주대 교수

▲ 양진건 제주대 교수

맛집을 찾는 일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소위 ‘먹방’이라는 TV 음식프로의 인기도 여전하다. 그런가 하면 순전히 맛집만을 찾는 여행도 있다. 이제 맛집은 단순히 ‘음식이 맛있는 집’을 넘어서 ‘특이하게 맛난 것을 찾는 우리네 욕심을 만족시켜 주는 집’이라고 해야 할 판이다. 그렇다면 맛집은 영원히 찾을 수 없다. 그 무엇도 사람의 욕심을 만족시켜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만 맛집을 찾아 헤맬 뿐이다.

특이하게 맛난 것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연산군이 그랬다. 그는 “왜(倭) 전복이 있다 하니 사서 바치도록 하라. 이 물건뿐 아니라 모든 특이하게 맛난 것은 널리 구해서 바치라”고 했다. 조선 전복도 있는데 굳이 일본산을 원했던 것은 탐욕 때문이다. 언젠가 중국에 가는 사신에게 수박을 구해 오라 했다. 이 명령을 들은 사신은 “먼 곳의 기이한 음식물도 억지로 가져오는 것이 어렵고, 중국의 수박이 조선 것과 그다지 다른 점이 없다”고 했다가 능지처참을 당한다.

다른 사신에게는 여지(?枝)라는 과일을 구해 오라고 했다. 여지는 양귀비가 좋아한 과일로 남방에서 생산되던 것을 당나라 현종이 장안까지 실어 오느라 백성들의 원망을 샀던 대표적인 과일이다.

그런가 하면 제철이 아님에도 제주목사에게 귤을 보내라고 독촉하기도 했다. 연산군은 결국 이런 탐욕 때문에 망한다. 이런 일이 어디 연산군뿐이겠는가. 대한항공 해외 직원들을 시켜 철마다 해외 과일들을 밀반입시켰던 갑질 모녀들도 탐욕에 관한 한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다.

맛의 절반은 추억이라는 말이 있다. 이백이 “아이 불러 닭을 삶아 막걸리를 마셨다”(呼童烹?酌白酒)고 해서 필자도 따라 해봤지만 막걸리 안주로는 삶은 닭보다 김치전이 입에 맞았다. 그것은 분명 김치전에 대한 필자의 추억 때문이리라.

그런가 하면 추억의 절반은 맛이라는 말도 있다. 누군가에겐 삶은 닭에 막걸리를 먹는 것이 좋은 추억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좋은 추억 만들기의 일환으로 맛집을 찾아다니는 경우도 탐욕이 아니라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리스 로마신화에는 탐욕 때문에 아귀병에 걸린 이야기가 나온다. 욕심이 많았던 에리직톤은 농업의 여신인 데메테르가 아끼던 신성한 정원에 요정들의 놀이터였던 커다란 나무를 만류에도 불구하고 베어 버린다.

이에 분노한 데메테르는 굶주림의 여신인 리모스를 보내 혈관에다 독을 투입하는데, 그 후 에리직톤은 미친 듯이 음식을 탐한다. 음식이 떨어지고 재산이 동이 나자 딸까지 팔아 음식을 구한다. 그래도 식탐은 채워지지 않아서 마지막에는 제 몸뚱아리마저 뜯어먹은 후에야 비극은 끝이 난다. 이렇듯 탐욕은 자신을 먹어 치우는 아귀였던 것이다.

제주도와 북청에서 유배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71세가 된 추사 김정희는 “최고의 반찬은 두부, 오이, 생강, 나물”(大烹豆腐瓜薑菜)이라면서 “이것은 촌로의 제일가는 즐거움이다. 비록 허리춤에 큰 황금도장을 차고, 온갖 산해진미에 수백 시녀가 있다 한들 능히 이런 맛을 누릴 사람이 몇이나 될까”라고 했다. 삶의 즐거움은 결코 특이하게 맛난 것을 먹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화려한 차림과 놀라운 맛이 범람하는 마당에 일부러라도 소박한 밥상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이기 때문이며, 탐욕만은 경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2018-06-2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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