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트럴’ 술판 조장 제주맥주, 철수한 뒤 영업정지 해봐야…

입력 : ㅣ 수정 : 2018-06-2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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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사면 돗자리 무료로 빌려줘
“영업장 외 영업” 구청서 시정명령
“술만 판매” “공원 음주 조장 무책임”
최근 업체가 임시매장 문 닫고 떠나
매장 빌려준 카페에 ‘영업정지’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경의선숲길’(연트럴파크)에서는 시민들이 나무 그늘에 돗자리를 펴고 맥주를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공원 인근의 맥주업체 ‘제주맥주’에서 사 온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이들이 앉아 있는 하늘색 돗자리는 제주맥주에서 빌린 것이었다. ‘음주 청정구역으로 지정·운영된다’는 글귀가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지만, 시민들은 “미처 못 봤다”고 했다. 김모(29·여)씨는 “맥주 가게에서 돗자리까지 빌려주면 당연히 깔고 앉아서 맥주를 마시라는 뜻 아니냐”면서 “공원에서 술 마시지 말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술판 벌어진 ‘음주청정구역’ 연트럴파크 지난 21일 밤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경의선 숲길’(연트럴파크)에서 시민들이 길 건너편의 제주맥주에서 빌린 하늘색 돗자리를 잔디에 깔고 맥주 등을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공원과 제주맥주 사이의 나무에 걸려 있는 ‘음주청정구역으로 지정 운영된다’는 글귀의 현수막이 무색할 정도다. 2018.06.21이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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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판 벌어진 ‘음주청정구역’ 연트럴파크
지난 21일 밤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경의선 숲길’(연트럴파크)에서 시민들이 길 건너편의 제주맥주에서 빌린 하늘색 돗자리를 잔디에 깔고 맥주 등을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공원과 제주맥주 사이의 나무에 걸려 있는 ‘음주청정구역으로 지정 운영된다’는 글귀의 현수막이 무색할 정도다. 2018.06.21이근아

올 초 서울시가 음주 청정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조용해지는가 싶었던 연트럴파크가 최근 다시 ‘술판’으로 전락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야외로 나온 시민들이 많아진 측면도 있지만, 지난 1일 공원 건너편 카페를 통째로 빌려 임시매장(팝업스토어)을 운영한 맥주업체가 맥주를 팔면서 돗자리도 무상으로 빌려준 게 화근이다. 이날 영업을 끝으로 문을 닫은 이 업체는 “피크닉 문화를 전파하려는 목적이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은 “업체가 공원에서 술 마시는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무책임하게 떠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마포구청에 따르면 제주맥주는 공원 옆에 임시매장을 운영하면서 구청으로부터 별도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 일반 음식점으로 신고된 기존 카페와 업종이 동일하다는 이유에서다. 구청에서도 이 부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구청은 돗자리를 빌려준 행위는 명백히 “영업장 외 영업에 해당한다”고 봤다. 사실상 공원을 업체의 영업 공간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구청은 지난 10일부터 22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시정명령을 내렸다. 다음달 6일까지 제주맥주 측에 관련 처분에 대한 의견 제출도 요청했다. 영업정지 명령은 다음달 9일 내려질 전망이다.

그러나 제주맥주가 24일 스스로 문을 닫아 영업정지는 매장을 빌려준 카페가 당하게 된다. 서울시 서부공원녹지사업소 측은 “공원이 제주맥주 홍보장이 돼 버렸다”면서도 “업체는 순수하게 술만 팔았다는 입장이라 제재가 어렵다”고 말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행정처분에 대해 업체가 이미 변호사의 법률 자문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주맥주 측은 “초반에는 맥주를 구입해야 돗자리 등을 빌려줬지만, 오해가 있어 맥주를 안 사도 빌려주고 있다”면서 “공원 자체를 우리가 독점한다는 시선이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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