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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언시까지 넘기라는 檢… 버티는 공정위 손보기?

리니언시까지 넘기라는 檢… 버티는 공정위 손보기?

장은석 기자
입력 2018-06-21 22:36
업데이트 2018-06-2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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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공정위 압수수색 왜

전속고발권 폐지엔 합의했지만
공정위, 공동 리니언시엔 부정적
“기업에 자수 두 번 하라는 얘기”
檢 “공동운영… 정보 공유 취지”


문무일 검찰총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에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검찰이 공정위에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 제도)까지 넘기라고 요구했고, 공정위가 난색을 표하면서 부처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재계에서는 지난 20일 검찰이 공정위 압수수색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검찰과 공정위에 따르면 양 기관은 이미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에 대해선 폐지를 결정했지만, 리니언시까지 검찰이 함께 운영하는 방안을 놓고 다투고 있다. 검찰이 공정위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에 대해 겉으로는 공정위가 대기업 사건을 부당하게 종결했고 공정위 간부들의 부당 취업 의혹이 있다고 내세우지만 리니언시를 놓고 다투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속고발권이란 담합 등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표시광고법, 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등 6개 법과 관련된 불공정 행위를 공정위만 고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고발이 남발되면 기업 활동이 어려워질 수 있어 공정위에만 고발권을 줬다. 하지만 그동안 공정위가 불법행위를 저지른 기업을 고발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과 공정위의 유착 가능성도 지적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전속고발권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검찰과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문 총장과 김 위원장의 첫 회동 이후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를 논의해 왔다. 공정위는 당초 대규모유통업법과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등 ‘유통 3법’에 대한 전속고발권만 폐지하겠다는 카드를 내밀었지만, 검찰은 가격 담합 등 공정거래 관련 모든 법 위반 행위에 전속고발권 폐지를 요구했고 양 기관이 합의했다.

공정위는 리니언시까지 검찰이 갖고 가면 기업 담합 행위 적발이 어려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검찰이 리니언시를 갖고 간다는 의미는 담합을 자진신고하는 대가로 과징금을 면제받으려면 공정위에, 형사 고발을 면하려면 검찰에 각각 두 번 자수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도 우려한다. 대기업 관계자는 “자칫 검찰에 담합을 자진신고했다가 검찰에서 ‘이미 담합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 리니언시를 인정하지 않고 압수수색에 나서면 다른 불법행위까지 적발될 수 있어 담합을 더 숨길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검찰은 “리니언시를 넘기라는 것이 아니라 공동 창구에 리니언시를 접수받아 투명하게 운영하자는 의미”라면서 “공정위가 검찰과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면 전속고발권 폐지의 취지를 살릴 수 없고, 검찰이 리니언시 사실을 알지 못해 자진신고자가 압수수색을 당할 위험에 처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명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인트라넷에 ‘검찰 압수수색 관련 직원 여러분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을 올려 “정당한 업무수행에 따라 발생한 결과에 대해서는 위원장인 제가 적극 나서 직원 여러분이 개인적 책임을 지는 일이 없도록 조직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2018-06-2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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