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더기 채용비리 기소, 불공정 고리 끊는 계기 돼야

입력 : ㅣ 수정 : 2018-06-17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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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어제 국민, 하나, 우리 등 6개 시중·지방은행에 대한 채용비리 수사를 마무리하고, 전·현직 은행장 4명 등 은행 관계자 38명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 말 금융 당국의 조사로 수면에 드러나기 시작한 은행권 채용비리가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됐다.

지금까지 밝혀진 채용비리 행태를 보면 그야말로 ‘현대판 음서제’가 따로 없다. ‘돈과 힘 있는 집안과 금융권 고위직 자녀들을 짬짜미로 뽑는 은행에 돈은 맘 놓고 맡길 수 있나’란 의구심이 들 정도다. 한 지방은행은 해당 지방자치단체 금고 유치를 위해 관계자 자녀를 채용하고, 국회의원 딸을 합격시켰다. 부행장이 자신의 자녀 전형에 면접관으로 참여해 합격시키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에서는 외부인이 본인 자녀를 청와대 감사관 자녀로 둔갑시켜 청탁했다. 실제로는 청탁이 없었는데도 실무진이 한 응시자를 부행장의 자녀로 잘못 알고 필기 전형에 붙였다가 나중에 면접에서 떨어뜨리는 촌극도 벌어졌다. 청탁의 일상화가 빚어낸 대한민국 금융계의 민낯인 셈이다. 특정 대학 출신을 위해 면접 점수를 조작하고 여성을 차별해 온 기존의 채용비리도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 이런 비리를 감시해야 할 금감원 부원장까지 나서 친척을 합격시키기도 했다. 금융 당국 역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은행권 채용비리의 충격은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단순 범법행위와는 다르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투명성이 생명인 금융업계에서 채용 짬짜미가 광범위하게 자행됐다는 건 개인 능력에 따라 좋은 일자리를 갖는다는 일반 상식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환란 수준의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금수저의 대물림’이라고 분노할 만하다.

해당 은행들은 관행이나 영업력 확충 등의 이유를 들며 채용비리 행태를 감싸는 대신 관련자에 대한 인사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주요 금융그룹 회장들은 검찰 기소 대상에서 빠졌지만 책임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 역시 금융업뿐 아니라 전 산업에서의 채용비리 근절에 힘써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청년 일자리 대책은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금융 당국은 현재 마련 중인 채용절차 모범 규준을 정밀하게 설계하고, 이를 전 금융권에 전파해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

2018-06-1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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