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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보수 야당이 사는 법/김경두 정책뉴스부장

[데스크 시각] 보수 야당이 사는 법/김경두 정책뉴스부장

김경두 기자
김경두 기자
입력 2018-06-14 17:40
업데이트 2018-06-14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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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밤 8시 20분 지하철 1호선 전철 안이었다. 벌써 얼큰하게 한 잔 걸친 60대 어르신들이 6·13 지방선거 출구조사와 막 뚜껑을 연 개표 결과를 놓고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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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두 정책뉴스부장
김경두 정책뉴스부장
“세상이 어찌 되려구, 큰일이야.”, “출구조사는 믿을 게 못 돼. (내일) 아침이면 (자유한국당이) 적어도 4~5곳은 먹을 거야. 나도 (출구조사 인터뷰를) 해 봤는데, ‘진짜 투표’를 말하지 않는 사람들도 꽤 돼. 믿어 보라니까.”

그들이 내린 뒤 주변에 있던 한 젊은 친구가 “태극기 집회에서 ‘가짜 뉴스’만 접하니 모든 게 가짜로 보이나 봐”라고 냉소를 지었다.

그분들의 기대와 달리 6·13 지방선거는 보수 야당의 참패로 끝났다.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중 텃밭인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이 무너졌고 대구·경북(TK) 2곳만 겨우 건졌다.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보수의 상징과 같은 서울 강남구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마저 ‘푸른 깃발’이 꽂혔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선거를 2주 앞두고 페이스북에 “개차반 같은 인생을 살았어도 좌파 인생만 살면 용서받는 세상은 외눈박이 세상입니다. 한국 사회의 도덕성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눈여겨보겠습니다”라고 호기롭게 글을 올렸다. 그러나 국민은 ‘탄핵 사태에도 정신을 못 차리고 안보팔이와 지역주의에 기대는 우파 인생들’에게 회초리를 들었다. 민심을 입맛대로 왜곡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보수 야당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었다.

결과가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충격 요법만이 한 줌의 기득권도 내려놓지 않으려는 지금의 보수 야당을 변화로 이끌 수 있어서다. 그리고 그 시작은 국민 눈높이에서 있는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의 물꼬를 튼 두 차례의 남북 정상 회담을 ‘위장 평화쇼’라고 폄훼한다거나, 70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어렵게 공동성명에 합의한 북ㆍ미 정상회담을 두고 “알맹이가 없다”고 어깃장을 놓고 재를 뿌릴 게 아니라는 것이다. 당장 국회를 열어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한 지지 결의안을 채택해 초당적 협력을 보일 필요가 있다.

민생을 챙기는 ‘섬기는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통계를 보면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은 뒷걸음질쳤고 혁신 성장은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4월 청년실업률은 10.7%로 두 달 연속 두 자릿수대를 기록했다. 체감 청년실업률은 이보다 두 배 높은 23.4%나 됐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 시장도 심상찮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1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석 달 만에 0.25% 포인트 추가로 올렸고, 올 하반기에도 두 차례 더 올릴 것을 내비쳤다. 일부 신흥국에서 자본 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도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와 자영업자에게 더 큰 이자 부담을 지울 수 있다. 생산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민생에 진력한다면 궤멸에 가까운 보수 야당도 반등할 기회는 여전히 있다.

그러나 통렬한 자기반성 없이 또다시 당권을 둘러싸고 정치공학적인 셈법만 따진다면 두 번 죽을 수밖에 없다. 비워야 더 크게 채울 수 있다. 민심은 균형을 찾는다. 어느 일방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는다. 여당의 낙하산 공천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에서도 반전이 일어났다. 무소속 박우량 후보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비서 출신인 천경배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심판은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golders@seoul.co.kr
2018-06-1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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