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북극곰 ‘통키’, 영국에서 행복한 노후 보낸다

입력 : ㅣ 수정 : 2018-06-1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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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힘겨운 통키 국내에 남은 유일한 북극곰인 통키(24·수컷)가 에버랜드 동물원을 떠나 오는 11월 영국으로 이주한다. 북극곰의 실제 서식지와 비슷한 야생공원에서 행복하고 평안한 노후를 보낼 예정이다. 사진은 더위에 힘겨워하는 통키의 모습. 2018.6.11  서울신문 DB

▲ 더위에 힘겨운 통키
국내에 남은 유일한 북극곰인 통키(24·수컷)가 에버랜드 동물원을 떠나 오는 11월 영국으로 이주한다. 북극곰의 실제 서식지와 비슷한 야생공원에서 행복하고 평안한 노후를 보낼 예정이다. 사진은 더위에 힘겨워하는 통키의 모습. 2018.6.11
서울신문 DB

국내에 남아있는 유일한 북극곰인 에버랜드 ‘통키’가 행복한 노후를 위해 영국으로 떠난다. 그 동안 북극 바다에서 살면서 바다에서 먹이를 구하는 북극곰에게 한국의 폭염을 견디게 하는 것은 학대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었다.

에버랜드는 멸종위기 희귀동물인 북극곰 통키를 오는 11월 영국 요크셔 야생공원으로 이전한다고 11일 밝혔다.

통키는 1995년 경남 마산의 동물원에서 태어나 2년 뒤 에버랜드로 이주했다. 북극곰 수명이 25~30년인 것을 고려하면 24살의 통키는 고령이다. 사람 나이로 치면 70~80세 정도다.
동물보호단체 케어 회원들이 지난해 7월 서울 한강 여의나루에서 에버랜드 북극곰 통키의 사육환경 개선과 전시 중단을 요구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2018.6.11  케어 홈페이지

▲ 동물보호단체 케어 회원들이 지난해 7월 서울 한강 여의나루에서 에버랜드 북극곰 통키의 사육환경 개선과 전시 중단을 요구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2018.6.11
케어 홈페이지

동물보호단체인 ‘케어’는 지난해 7월 통키의 전시 중단을 에버랜드에 요구했다. 영하 40도까지 적응할 수 있는 북극곰에게 영상 30도가 넘는 높은 온도와 습도를 견디게 하는 것은 형벌에 가까운 고통이라는 게 케어의 지적이다.

전세계적으로 북극곰의 동물원 전시는 중단되는 추세다. 독일 라이치히동물원을 비롯해 영국, 스위스의 동물원이 북극곰 전시를 중단했고, 2006년 싱가포르 동물원도 현재 전시중인 북극곰 ‘이누카’가 죽고 나면 더이상 북극곰을 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영국 글래스고 대학의 수의사 사만다 린들리는 “북극곰에게 열대성 온도는 엄청난 스트레스이며 높은 온도에 적응하는 것이라기보다 그저 대처할 뿐”이라면서 “동물원의 수조가 아무리 커도 북극곰에겐 매우 열악한 시설이다. 열대 기후에서 북극곰의 동물 복지는 재앙”이라고 말했다고 케어는 전했다.

케어는 캐나다 미네타주의 북극곰 보호규정을 북극곰 복지개선 기준으로 제시했다. 마리당 500㎡이상의 공간을 마련하고 이 가운데 사육사의 125㎡는 반드시 흙, 지푸라기, 나무껍질 등으로 덮어야 한다.

이 규정은 낮에는 북극곰이 지낼 수 있는 데이베드와 콘크리트가 아닌 폭신한 바닥을 제공하도록 하고, 낮은 실내온도와 낮은 풀장 온도도 유지하도록 권유한다.
동물보호단체 케어가 촬영한 북극곰 통키의 에버랜드 사육장. 2018.6.11  케어 홈페이지

▲ 동물보호단체 케어가 촬영한 북극곰 통키의 에버랜드 사육장. 2018.6.11
케어 홈페이지

에버랜드는 지난해 7월 통키 사육장을 두꺼운 천막으로 가리고 전시를 중단했으나 케어는 통키가 폐쇄된 우리 속에서 물도 없이 폭염에 방치되고 콘크리트 바닥을 오가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케어는 지난해 8월 구속 수감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공개 서한을 보냈다. 삼성은 에버랜드의 모기업이다.

케어는 이 편지에서 “통키에게 지금보다 나은 사육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는 세계 유수의 동물보호 단체나 기관으로 보내주기를 정중히 요청한다”면서 “이재용 부회장과 에버랜드가 통키를 위한 인도적 결정을 내려준다면 조건 없이 통키의 외국 이관을 힘껏 도울 것”이라고 제안했다.

통키가 이주해 노년을 보낼 요크셔 야생공원은 2009년 4월 문을 연 세계적 수준의 생태형 공원이다. 대형 호수와 초원 등 실제 서식지와 유사한 4만㎡의 북극곰 전용 자연환경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얼음에 얼린 과일로 한여름 더위를 달래는 통키 서울신문 DB

▲ 얼음에 얼린 과일로 한여름 더위를 달래는 통키
서울신문 DB

요크셔 야생공원은 국제북극곰협회(PBI·Polar Bears International)와 보전 활동을 진행할 정도로 북극곰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보호경험이 풍부한 곳이라는 게 에버랜드의 설명이다.

통키는 기존에 생활하던 북극곰 4마리와 합사하거나 단독 생활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통키의 영국 이전은 행정·검역절차, 이동 시 온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는 11월 말 진행될 예정이다. 이전에 드는 비용은 전액 에버랜드가 부담한다.

통키가 고령이긴 하지만 수십 시간이 걸리는 장거리 이동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에버랜드는 밝혔다.

지난 5월 에버랜드를 방문한 요크셔 야생공원의 북극곰 전문가 조너선 크랙넬은 “ 통키의 신체 및 질환검사를 해보니 매우 건강해 장시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고 판단됐다”면서 “통키가 이전하게 되면 야생공원내 다른 북극곰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통키 이후 북극곰을 추가로 도입하지 않기로 한 에버랜드는 지금의 북극곰 사육장을 다른 동물을 위한 공간이나 생태보전 교육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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