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의 풀꽃 편지]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인가

입력 : ㅣ 수정 : 2018-06-10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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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행보다 행복이 소중 삶은 행복으로 가는 과정 잘살아도 행복지수는 낮아 누구나 취약해질 때가 와 힘들 때 돌아갈 집을 생각하길
인간이 세상을 살면서 가장 관심을 갖고 귀하게 여기는 것은 무얼까. 재물, 건강, 명예, 권력 등 많을 것이다. 흔히들 ‘의식주행’이라 했으니 음식이나 옷이나 집이나 자동차가 그것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그러한 것들을 얻기 위해서 날마다 수고하고 고뇌하고 애쓰며 산다. 삶 전체가 오직 그것들을 얻기 위한 투쟁과정인 것처럼 여기는 경우도 많다.
나태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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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태주 시인

그러나 우리네 인생이 과연 그러한가. 인생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이고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살고 있으며 또 살아야 하나. 공통분모, 다같이 동의해 줄 항목을 찾는다면 아마도 그것은 행복이 될 것이다. 그러하다. 앞에 든 재물이나 건강, 명예나 권력도 행복을 위한 전제조건일 뿐이고 의식주행까지도 행복으로 가는 징검다리일 따름이다.

그건 정말로 그러하다. 우리네 삶의 최종 목표는 행복이고 모든 삶의 행위들은 행복을 이루기 위한 준비 과정일 따름이다. 그것은 종교에서도 마찬가지라서 기복신앙이란 것이 어떤 종교든지 마찬가지로 중요시되고 있다. 애당초 우리는 그것을 알아야 했고 진즉부터 그것을 위한 고려가 있어야 했다. 그런데 우리의 행복 수준은 어떠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가운데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가장 낮고 그에 비해 자살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문제가 있다.

경제지수로 볼 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0위권 내외에 드는 막강한 나라다. 정말로 놀라운 일이지 않은가. 국토가 분단된 나라, 남북 간 대립이 심한 나라. 몇십 년 전만 해도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였던 우리나라다. 그런데 갑자기 잘사는 나라가 되었다. 국민 모두가 노력하고 애쓴 결과다. 가끔 문학 강연장에 나가 자기 집에 자동차가 없는 사람 손들어 보라면 손드는 사람이 없는 대신 자동차가 두 대 이상인 사람 손들어 보라면 여러 사람이 손을 드는 것을 본다. 이게 기적이 아닌가.

그런데 이러한 기적을 기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데에 문제가 있다. 사람들의 생각과 시선이 이미 딴 곳으로 가 있는 것이다. 더 높은 곳으로, 더 먼 곳으로 가 있고 자신보다는 타인에게로 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 문제다. 보다 더 높은 곳, 보다 더 먼 곳만을 지향하다 보니 피곤하고 지치고 짜증이 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 예쁘고 잘난 것, 잘사는 것만 보다 보니 우울해지고 힘들어지는 것이다. 분명 사는 형편은 예전보다 좋아졌는데 오늘의 한국인에게는 예전보다 파이팅이 부족하고 열정이나 호기심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우울한 것이고 불행감이 늘어나는 것이고 자살이라는 인생 최후 수단까지도 동원되는 것이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이며 국가수반인 달라이 라마는 말했다. “한국인이 부유한 건 맞다. 그러나 행복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얼마나 적확한 진단이며 우리로서는 뼈아픈 충고인가. 이러한 충고를 우리는 이제부터 진심어린 심정으로 받아들이고 자기 점검을 하고 대오각성하는 계기가 있어야 하겠다.

행복? 행복이란 도대체 어떠한 것인가. 무엇이 진정 행복이란 말인가. 행복은 물질에만 있지 않다. 물질은 행복의 기초이고 전제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결코 아니란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위에 적은 글은 내가 쓴 ‘행복’이란 시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모두 행복한 사람들인 것이다. 행복의 조건인 ‘집’과 ‘사람’과 ‘노래’를 이미 갖추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그러하다. 사람은 누구나 취약한 때가 있다. 하루를 기준 삼아 본다면 ‘저녁때’이고 좀더 길게 시간을 잡아서 보면 ‘힘든 때’이다. 그러한 때 돌아갈 집이 있고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마음 따뜻한 일이고 축복받은 일이 된다. 뿐더러 ‘외로운 때’에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면 우리는 다시금 행복한 사람들이 되는 것이다. 혼자서만 불행하다고 고집 부릴 일이 아니다.
2018-06-1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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