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비핵화·수교’ 기본 가이드라인만 합의 전망… 행동 시점·테러지원국 해제 등 만만찮을 듯

입력 : ㅣ 수정 : 2018-06-1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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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담판’ 어떤 결과물 낼까
트럼프, 선거 겨냥 로드맵 주력
핵사찰 등 ‘악마의 디테일’ 산적

한반도 평화의 분수령이 될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을 교환하는 세기의 담판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첫 임기의 마지막 해인 2020년까지 핵물질 선(先) 반출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마무리하고 북한의 요구인 대북 제재 해제와 북·미 수교 등 북·미 관계 정상화를 매듭짓는 기본 가이드라인 정도는 합의문에 담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통상 정상회담은 사전에 합의문의 80~90%를 조율해야 성공을 장담할 수 있지만 현재까진 북·미 실무접촉에서 어느 수준의 합의가 이뤄졌는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의 대가로 체제안전 보장과 종전선언, 북·미 관계 정상화를 언급한 점으로 볼 때 큰 틀의 접점은 이미 찾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만족한 합의가 있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10일 “CVID를 비롯해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로드맵과 북한이 원하는 체제안전 보장을 모두 담는 수준을 100으로 본다면 최소 50% 정도는 합의됐다고 볼 수 있다”며 “이에 더해 비핵화 첫 조치 개시 시점, 테러지원국 해제 시점,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합의문에 담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까지 비핵화를 완료할 수 있도록 비핵화 로드맵 시간표를 만드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미국의 비핵화 시간표를 따르기로 한다면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을 끌어올리고자 가을쯤 추가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할 수도 있다.

회담을 지지부진하게 끌고 가면 트럼프 대통령도 국내정치적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이미 미국 내 대북 강경파를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많은 양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돼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북·미 합의문의 미 의회 비준이 가능하고, 의회 비준을 받으려면 적어도 의회를 만족하게 할 만한 합의를 내야 한다. 김진무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비핵화 기간이 길어지면 제재 해제, 군사적 압박 기조 와해로 협상 카드가 무실화되고, 미국의 정권 교체 등 안보 상황 변화로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핵화의 세부적인 문제는 이후 ‘비핵화 워킹그룹’ 회의를 통해 결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세부 로드맵의 골목마다 합의를 끌어내기 어려운 사항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자칫 디테일이 전체를 망칠 수도 있다. 우선 북한의 핵무기를 반출해 제거하고 나면 북한이 어떤 핵시설과 물질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받아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북한의 핵개발 의심 시설에 대한 조건 없는 사찰에 양측이 합의해야 한다.

1994년 제네바 합의 협상의 주역이었던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 특사는 “일본 나가사키에 떨어졌던 핵폭탄 분열물질은 여성의 주먹만큼 작다. 침대 밑에라도 숨길 수 있는 것들이다”고 검증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핵무기 개발 핵심 기술자도 해외 연수 형태로 격리해야 한다. 미국 역시 북한이 다른 마음을 품지 않도록 북·미 수교를 비롯한 획기적인 보상조치 이행 시간표를 제시해야 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8-06-1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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