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복 차림으로 서방 외교 데뷔… 리총리와 회담때 여유만만

입력 : ㅣ 수정 : 2018-06-10 23:23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은둔’ 이미지 벗은 김정은
김일성 소련행 이후 32년 만에
北수장, 中 제외한 첫 해외 방문
유력 참모 배석… 자신감 있는 대화
인공기 단 벤츠 타고 시내 질주도

트럼프 숙소 이어지는 복도 차단
특별행사구역 지정 철저 봉쇄

리총리 “비용 161억 우리가 부담”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 싱가포르 총리 집무실인 이스타나에서 북한 김정은(왼쪽) 국무위원장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활짝 웃으며 악수를 하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을 수행하기 위한 북한 핵심인사들도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싱가포르 AFP 연합뉴스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 싱가포르 총리 집무실인 이스타나에서 북한 김정은(왼쪽) 국무위원장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활짝 웃으며 악수를 하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을 수행하기 위한 북한 핵심인사들도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싱가포르 AFP 연합뉴스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도착하며서 비핵화 담판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특히 김 위원장은 사상 첫 북한 지도자의 서방 외교무대 데뷔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의 회담 등에서 여유 있는 모습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북한 인공기를 단 차량을 타고 싱가포르 시내를 질주하는가 하면 리 총리와의 회담 때 유력 참모를 배석시킨 채 자신감 있고 자유분방한 몸짓을 보였다. 얼마 전까지 세계에서 고립된 ‘은둔의 지도자’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을 제외한 북 수장의 해외방문은 1986년 김일성 전 주석이 소련을 다녀간 이후 32년 만이다.

김 위원장의 의전 차량 및 인민복 복장, 핵심 수행원 등은 지난 4월 열렸던 남북 정상회담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김 위원장은 판문점이 아닌 싱가포르라는 것을 의식한 듯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경호로 외부에 모습을 노출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왼쪽) 노동당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의 양자회담에 동행하기 위해 세인트리지스호텔에서 차에 탑승하고 있다.   싱가포르 연합뉴스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왼쪽) 노동당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의 양자회담에 동행하기 위해 세인트리지스호텔에서 차에 탑승하고 있다.
싱가포르 연합뉴스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을 태운 차량이 세인트리지스호텔에 도착하고 있다.  싱가포르 연합뉴스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을 태운 차량이 세인트리지스호텔에 도착하고 있다.
싱가포르 연합뉴스

같은 차량에 탑승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의 모습.  싱가포르 연합뉴스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 같은 차량에 탑승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의 모습. 
싱가포르 연합뉴스

이날 오후 2시 36분(현지시간·한국시간 3시 36분) 에어차이나 소속 보잉747기 항공기를 타고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군청색 인민복 차림으로 사각형의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뒤에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등이 수행했다. 비비안 발라크리시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의 영접을 받은 뒤 VIP 전용 출구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오후 3시쯤부터 창이공항의 VIP 전용 출구의 바깥 도로로 총 22대의 북 차량 행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기 중이던 경찰 모터사이클 11대가 앞장섰고 김 위원장의 전용 벤츠 리무진이 움직였다. 리무진 전면에는 인공기를 걸었고 뒷좌석 문 중앙에는 금빛으로 된 북 국무위원회 표식이 있었다.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이용한 차량을 항공기를 통해 공수한 것으로 보인다. 차량 행렬의 후미에는 구급차 1대, 경찰 승합차 3대, 순찰차 2대가 뒤따랐다.

싱가포르 경찰은 김 위원장의 숙소인 세인트리지스호텔이 위치한 ‘탕린 로드’까지 교통을 통제했다. 김 위원장은 약 20~30분 만에 숙소에 도착했다. 하지만 호텔 측은 정문 구역을 호텔 이름을 적은 큰 회색 천으로 가렸다. 천의 길이가 거의 땅에 닿을 정도여서 차량의 정차 유무 정도만 알아볼 수 있었고 차량에서 내리는 김 위원장의 모습도 볼 수 없었다.

다만 차량들이 호텔 로비에 멈춰 서자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방탄경호단’이라는 별명이 붙은 경호원이 차량에서 뛰어나와 호텔로 달려 들어갔다. 전 세계 기자들이 통제를 받았지만 북한 기자들은 승합차 천장 유리를 열고 취재 인파를 촬영하는 등 자유롭게 활동했다.

해당 호텔의 경비는 ‘요새’라 불릴 정도의 최고 수준으로 강화됐다. 진입로에는 차량검문대가 설치됐고 4대의 경찰차량으로 검문대 주변을 이중으로 봉쇄했다. 대부분 경찰은 허리에 권총을 찼지만 일부는 자동소총을 들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수백명의 경찰이 호텔 주변에 배치됐고 주변에는 차량을 이용한 ‘돌발 진입’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가림벽도 설치됐다.

여장을 푼 김 위원장은 오후 6시 25분쯤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리 총리를 만나기 위해 대통령궁인 이스타나궁을 향했다. 접견에서 김 위원장은 “조·미(북·미) 상봉이 성과적으로 진행되면 싱가포르 정부의 노력이 역사적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온건파로 분류되며 최근 승진한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참석해 리 총리에게 거수경례를 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비핵화 의제와 관련해 양측이 군사적 긴장 완화 등에 대해서도 논의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리수용 부위원장도 모습을 보였다. 회담은 30분을 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용기(에어포스원)를 이용해 이날 저녁 8시 27분 파야 레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했고 김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발라크리시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의 영접을 받았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 차량 ‘캐딜락 원’과 호위 차량 등 30여대는 8시 50분쯤 숙소인 샹그릴라호텔에 도착했다. 이 호텔은 김 위원장의 숙소에서 직선 거리로 570m 정도 떨어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인 밸리 윙으로 향하는 통로에 보안 검색대가 설치됐다. 최대 1000명을 수용하는 연회장인 아일랜드 볼룸 쪽에도 차단막이 설치됐다. 호텔 직원은 “자세한 것은 말할 수 없지만 호텔 전체를 봉쇄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두 정상의 숙소는 세기의 담판을 가질 센토사섬 ‘카펠라호텔’까지 10㎞ 정도 떨어져 있으며 차량으로 20분이 채 안 걸리는 거리다.

리 총리는 인터내셔널미디어센터(IMC)를 방문해 “이번 회담에서 2000만 달러(약 161억원)가 소요되는데 이 비용을 우리가 기꺼이 부담하겠다”며 “싱가포르의 깊은 관심사인 국제적 노력에 대한 우리의 공헌”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김 위원장이 12일 오후 2시 싱가포르를 떠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대로라면 정상회담이 시작되는 오전 9시부터 불과 5시간 만에 돌아간다는 의미다.

싱가포르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싱가포르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8-06-11 3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블로그

/

서울Eye - 포토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