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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선봉’ 김상조 1년…향후 성패는 국회에 달렸다

‘경제민주화 선봉’ 김상조 1년…향후 성패는 국회에 달렸다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6-10 11:00
업데이트 2018-06-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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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차 ‘을의 눈물’ 닦아 호응…재벌개혁은 평가 엇갈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오는 14일 취임 1년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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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취임 전부터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에 걸맞게 경제민주화 선봉장이 될 것이란 기대를 받은 그는 이른바 ‘김상조 효과’를 몰고 왔다.

김 위원장은 임기 3년 중 첫 1년을 ‘을의 눈물’을 닦아주고자 갑을관계 개선에 힘을 쏟았다. 특히 가맹·유통·하도급·대리점 등 4대 분야에 맞춤형 종합대책을 마련해 집중 추진하며 호응을 얻었다.

재벌개혁과 관련해서는 강제하기보다는 자발적 개선을 유도했다. ‘친정’인 시민단체에서 재벌개혁 속도가 느리다는 비판을 받는 동시에 재계에서는 재벌을 너무 옥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6개월 안에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발상으로 지난 30년간 개혁이 실패했다”며 ‘혁명’이 아니라 다시 돌릴 수 없는 ‘진화’가 필요하다는 뜻을 유지했다.

김 위원장은 임기 2년 차에는 21세기 경제환경에 맞게 공정거래법을 전면 개편하는 데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가 김 위원장 임기 후반기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경제민주화 ‘본령’ 갑을관계 개선 공들인 취임 첫 1년

10일 관가에 따르면 김 위원장 1년의 성과는 ‘갑을관계 개선’에서 두드러졌다.

김 위원장은 작년 6월 취임사에서 “우리 사회가 공정위에 요구하는 것은 경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 달라는 것”이라며 ‘을’을 위한 정책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을 강조한 바 있다.

그해 7월 ‘본사구매 필수품’ 마진 공개 등을 중심으로 하는 가맹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대책을, 8월에는 대형유통업체의 악의적 탈법 행위에 실제 손해의 최대 3배에 달하는 배상 책임을 물리는 유통갑질 대책을 발표했다.

작년 9월과 12월에는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을, 올해 들어 지난달엔 대리점거래 불공정 관행 근절방안을 발표하며 4대 분야 맞춤형 종합대책 발표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가 생각하는 경제민주화의 본령은 이러한 갑질 근절이다.

급격한 발전 과정에서 경제 곳곳에 스며 있는 갑의 을에 대한 불공정행위부터 바로잡아야 국민이 경제민주화를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라고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은 국민적 호응을 얻으며 전반적으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란에 게재된 ‘경제민주화 정책을 지지한다’는 청원은 참여자가 20만명을 넘어 김 위원장이 직접 답변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취임한 뒤 작년 하반기 공정위에 접수된 민원·신고 신청은 2만4천983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0.2%나 늘었다.

그는 최근 기획재정부,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차관을 모아 회의를 열고 부처별 경제민주화 과제 추진 상황을 보고받는 등 경제민주화 선봉 역할을 해내고 있다.

◇ 재벌개혁은 평가 엇갈려…2년 차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매진

김 위원장이 경제민주화의 시작이라고 언명한 재벌개혁은 다소 갈린 평가를 받았다.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과 다르게 김 위원장은 ‘채찍질’이 아닌 소통으로 개선을 촉구하는 ‘포지티브 캠페인’ 전략을 폈다.

김 위원장은 작년 6월 취임 직후 삼성·현대차·SK·LG 그룹과 회동했고, 11월에는 현대차·SK·LG·롯데 그룹 경영진과 만났다.

지난달에는 외연을 넓혀 10대 그룹 전문경영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대기업 조사를 전담하는 ‘기업집단국’을 신설해 대기업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 행위에 대한 감시망을 강화했다.

소유지배구조 개선의 자발적 변화를 강조하면서도 각 기업의 자구노력을 정리해 발표하며 압박하기도 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기업을 쉴새 없이 옥죈다는 불만이 나왔다.

반면 김 위원장의 ‘친정’이기도 한 참여연대는 “언제까지 자발적 노력만을 요구할 것이냐”며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양측의 상반된 비판에도 그는 개혁은 ‘혁명’이 아닌 ‘진화’가 돼야 한다는 지론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조금씩 꾸준히 일관되게 경제 주체의 행동과 인식을 바꾸며 예측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변화를 만들겠다”는 뜻을 이어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시장감독기구로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른바 ‘한국판 로비스트 규정’으로, 공정위 공무원이 업무와 관련된 법무법인이나 대기업 직원, 전관을 만나면 서면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가이드라인 등 공정위가 과거에 처리했던 사건의 오류를 반성하고 바로잡았다.

김 위원장은 취임 초기 “나쁜 짓은 금융위원회가 더 많이 한다”, “재벌들 혼내 주고 오느라 늦었다”와 같은 ‘말실수’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줄임말)이지만 기관장으로서 안정감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는 임기 1년차에는 행정부의 행정력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일(갑을관계 개선)에, 2년 차에는 국민적 공감대가 확립됐지만 법률 개정이나 예산이 필요한 일에, 3년차에는 필요하지만 국민적 공감대가 강하지 않은 일에 각각 집중하겠다고 공언했다.

2년차를 맞은 그는 이러한 로드맵에 맞춰 38년 묵은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하고, 올해 정기국회에 정부안을 내겠다는 목표로 의견을 수렴 중이다.

개정안에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전속고발권 개편,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경쟁법 현대화, 비상임위원 제도 개편 등이 담길 전망이다.

이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의 국회통과 여부가 김 위원장 임기 후반부 정책 추진력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14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임기 2·3년차의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발표한다.

◇ 전문가 “갑을개혁 높이 평가…재벌개혁 우려 불식해야”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확고한 로드맵을 통해 추진한 갑을관계 개선 작업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그러면서 공정위 본연의 기능인 시장경쟁 촉진이 다소 미진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김상조호(號) 공정위가 맡은 분야만 충실히 할 것이 아니라, 전체 경제정책 안에서 조화롭게 작동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왕상한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지만 이후 그가 보여준 성과는 크다”고 호평했다. 왕 교수는 공정위 비상임위원으로서 김 위원장의 1년차를 곁에서 지켜봤다.

왕 교수는 “가맹분야 불공정행위 근절 대책과 중소기업 관련 하도급 대책도 을의 눈물을 없애기 위한 성과”라며 “대기업집단 순환출자 해소 노력은 경영의 책임성과 투명성 확보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쓴소리도 했다. 왕 교수는 “총수일가 전횡 방지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고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며 “과도한 재벌개혁으로 경제성장 엔진을 꺼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도 김 위원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왕 교수는 특히 “공정위 조사 기능 강화와 개혁은 더는 미룰 수 없는 현안”이라고 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장경쟁을 촉진하고 경쟁적인 시장구조를 만들어 경제 활력을 높이는 공정위 본연의 역할은 소홀한 것이 아닌가 한다”며 “또 사건이 몰리다 보니 법 집행이 거칠어 법원에서 패소해 전반적인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가 보인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추진과 관련해서는 “시간은 촉박하지만 의미 있는 논의가 많다”며 “논의 내용 상당수가 정쟁의 대상이 될 성격이 아님에도 최근 정치적 상황 탓에 국회 통과가 어려울 우려가 있어 정치권에서 정치력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정책 중 ‘브레이크’ 개념인 공정거래 정책이 너무 잘 작동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경제민주화 테마를 강조한 나머지 혁신성장을 소홀히 하며 노동 유연성, 경제적 자유, 기업경쟁력, 저비용 고효율 구조 달성에 소홀했다”며 “액셀러레이터는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고 브레이크만 잘 작동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거래 정책이 경제 전체를 고려하는 넓은 시야 속에서 큰 목표를 이루는 조화로운 브레이크 기능으로 작동하는 데 신경 써야 한다”며 “기업의 경쟁력도 고려한 공정거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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