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여파’ 문 닫는 산부인과에 갈 곳 잃은 산모들

입력 : ㅣ 수정 : 2018-06-10 10:55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경영난 심화에 파업ㆍ폐업…출산 앞두고 발 동동
“병원 경영이 어려워져 폐업합니다.”
진료받는 임신부 연합뉴스 자료사진

▲ 진료받는 임신부
연합뉴스 자료사진

직장인 박모(29)씨는 임신 초부터 다니던 서울 광진구 C산부인과의원으로부터 지난달 갑작스러운 폐업 통보를 받았다. 1차 기형아 검사를 마치고, 추가 혈액검사 결과를 문자로 알려준 지 닷새 만의 일이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저출산 여파로 경영난에 시달리는 산부인과 병·의원들이 갑자기 파업에 돌입하거나 폐업을 알리는 등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면서 애꿎은 임산부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서울의 여성전문병원 제일병원이 파업으로 지난 4일부터 닷새간 정상 진료를 중단했다가 재개하는 등 임산부들에 불편을 야기한 가운데 서울 광진구의 C산부인과의원은 지난달 초 환자들에 공지 문자만 남긴 채 폐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C산부인과의원은 지난해 말 간호조무사의 결핵 감염이 보고된 후 전수조사에서 영아 3명의 잠복 결핵 감염이 확인된 곳이다. 전국 대부분의 산부인과가 저출산 여파로 분만 건수가 줄어들며 경영난을 겪는 데다 잠복 결핵 사건까지 겹치자 지난달 결국 문을 닫았다.

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왔던 박씨는 갑작스러운 폐업 통보에 차로 30분 거리가 넘는 곳으로 병원을 옮겨야만 했다.

출산을 앞두고 그동안 진료를 받아왔던 병원과 의료진을 바꾸는 일은 임산부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심리적 안정감이 떨어지는 건 물론 불필요한 진료나 검사가 더해질 우려도 있다.

박씨는 “문자 받기 전 주에 1차 기형아 검사할 때만 해도 아무런 말도 없더니 문자로 폐업을 알려와 황당하고 막막했다”며 “미리 말해줬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토로했다.

실제 출생아 수가 사상 최저를 찍으면서 문 닫는 산부인과가 급증,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의료기관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제왕절개분만율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자연분만, 제왕절개 등 실제 분만이 이뤄진 의료기관 수는 603개소로 2006년 1천119개소 대비 46.1% 감소했다.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을 비롯해 병원, 산부인과의원 등에서 요양급여비용 청구명세서상 분만 수가 코드가 발생한 의료기관 수를 집계한 결과다.

한편, 제일병원은 전날부터 진료를 정상화했으나 이미 병원을 옮긴 환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일병원의 경우 이사장 일가 퇴진과 임금 삭감 등 병원과 노조 사이 봉합되지 않은 문제가 남아있어 파업이 재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번 진료 중단으로 신뢰를 잃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와 관련, 제일병원 관계자는 “환자를 위해 진료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데 노사가 합의했다”며 “구체적인 협의는 분만과 수술 등 모든 진료를 정상화한 상태에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블로그

/

서울Eye - 포토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