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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치기’ 체력 훈련… 벼락 맞은 선수들

‘벼락치기’ 체력 훈련… 벼락 맞은 선수들

최병규 기자
입력 2018-06-07 18:06
업데이트 2018-06-0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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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호 ‘파워트레이닝’ 두 얼굴

러시아 가기도 전에 지치겠네
러시아 가기도 전에 지치겠네 러시아월드컵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5일(현지시간) 사전캠프인 오스트리아 레오강 슈타인베르그 경기장에서 가진 고강도의 체력훈련을 마친 뒤 탈진한 모습으로 훈련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레오강 뉴스1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4일(현지시간) 러시아월드컵 사전캠프인 오스트리아 레오강에 입성한 뒤 가진 첫 인터뷰에서 의미있는 답변을 했다. 선수들의 체력에 관한 질문이었는데 그는 “기대 수준을 밑돌고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신 감독은 “시간 문제로 제대로 된 체력훈련을 하지 못해 걱정”이라면서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따로 체력훈련을 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깊은 고심에 빠진 듯 했고, 그는 그날 밤 결단을 내렸다.

신 감독은 숙소인 오스트리아 레오강 크랄레호프 호텔에서 코치진을 소집한 뒤 다음날인 5일 오전부터 파워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훈련 강도는 매우 셌다. 선수들은 5일 오전 11시부터 약 1시간 50분 동안 쉬지 않고 셔틀런(왕복달리기)과 몸싸움 대처 훈련 등을 소화했다. 몇몇 선수들은 ‘악’ 소리를 낼 만큼 힘들어했다.

갑작스러운 고강도 훈련의 부작용은 곧바로 나타났다. 고요한(서울)은 훈련 도중 왼쪽 어깨 통증으로 잠시 전열에서 이탈했고 홍철(상주)은 허리 근육이 뭉쳐 다음날인 6일 훈련에서 빠졌다. 결국 그는 7일 볼리비아와 평가전에 나서지 못했다.

대표팀은 오전 체력훈련을 한 뒤 당일 오후 5시에 추가 훈련을 하기로 했는데, 지친 선수가 워낙 많아 훈련 시간을 약 한 시간 30분가량 늦추기도 했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선수들은 “대표팀에 꼭 필요한 훈련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장현수(FC도쿄)는 “굉장히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러나 상대를 이겨낼 확률이 커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손흥민(토트넘)도 “다들 힘들어하지만, 팀 분위기가 진지해졌다”라고 밝혔다.

대표팀의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신 감독의 ‘벼락치기’ 훈련은 그러나 단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조별리그 첫 경기인 스웨덴전을 앞두고 체력훈련을 두 차례 더 하겠다고 밝혔다. 대표팀은 세네갈과 평가전을 이틀 앞둔 9일과 러시아 입성 후인 13일 혹은 14일 정도에 한 차례 한 뒤 3~4일간 컨디션 조절 후 스웨덴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세 번의 체력훈련은 스웨덴과 독일 등 체력적인 면에서 앞선 조별리그 상대들을 의식한 신 감독이 던진 일종의 ‘승부수’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훈련을 시행한 시기가 적절했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지휘한 거스 히딩크 감독도 당시 혹독한 체력 훈련으로 대표팀을 조련했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시행한, ‘느닷없는’ 훈련은 아니었다.

히딩크 감독은 대표팀을 맡은 직후 대표팀의 체력 열세를 절감하고 몇 달에 걸쳐 꾸준히 ‘파워프로그램’을 진행시켰다. 그 결과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스페인 등 파워 축구를 구사하는 유럽팀들에 뒤지지 않고 당당히 맞서 4강 고지까지 오를 수 있었다.

물론, 신 감독이 처한 상황은 히딩크 시절과는 다른다. 그는 막상 월드컵 본선을 눈 앞에 두다 보니 선수들의 체력을 급속도로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신 감독의 느닷없는 체력 프로그램. 과연 대표팀에 약이 될까, 아니면 독이 될까. 오는 18일 스웨덴과의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뚜껑이 열린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18-06-0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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