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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불안·치매 부른다…응급실 정신질환 15%가 무더위 탓”

“폭염이 불안·치매 부른다…응급실 정신질환 15%가 무더위 탓”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6-06 10:23
업데이트 2018-06-0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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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보건대학원, 정신질환 응급실 입원 16만6천건 분석결과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국내에서 정신질환으로 응급실에 입원한 환자 7명 중 1명은 폭염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불안 증상으로 입원한 환자 3명 중 1명은 폭염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팀은 2003∼2013년 사이 국내 6대 도시(서울, 인천, 대전, 대구, 부산, 광주)에서 있었던 폭염과 정신질환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최근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총 11년의 조사 기간에 기온이 상위 1%에 해당하는 29.4℃ 이상을 폭염으로 정의하고, 같은 기간 정신질환에 의한 응급실 입원 16만6천579건에 미친 영향을 살폈다.

이 결과 고온 노출과 정신건강 사이에 강한 연관성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정신질환으로 응급실에 입원한 환자의 14.6%가 폭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 중에서도 65세 이상 노인은 이런 비율이 19.1%로, 젊은층보다 상대적으로 고온에 더 취약함을 보여줬다.

폭염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정신질환 비율은 불안이 31.6%로 가장 컸으며 이어 치매 20.5%, 조현병 19.2%, 우울증 11.6%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 결과가 고온에 대한 이전의 연구들과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중국 상하이에서는 임계온도가 33.1℃인 경우 정신질환 관련 병원 입원 위험이 최대 26.6%까지 높아진다는 보고가 나온 바 있다. 또 해외의 여러 연구에서 여름 동안의 폭염이 정서적, 신체적 불편을 초래해 불안을 촉발하고, 과도한 열기와 습도가 우울증 발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평가됐다.

노인의 경우 상대적으로 생리적 적응력이 떨어지고, 체온조절이 덜 효율적이기 때문에 이런 위험이 더 크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김호 교수는 “고온에 지나치게 노출돼 신체가 체온조절의 한계점을 초과하면 스트레스 호르몬 증가와 체온조절 중추의 이상 등으로 정신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폭염에 의한 정신질환 피해와 공중보건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건정책 입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무더위 질환 대처요령

요즘 같은 무더위에는 일사병·열사병에 걸리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일사병은 더운 곳에서 장시간 일하거나 직사광선을 오랜 시간 쬐면 발생하는데, 몸이 나른하고 두통·구토·현기증·저혈압·빈맥(맥이 빨라짐) 등이 주요 증상이다. 심하면 실신할 수도 있다.

일사병 증상을 보이면 우선 시원한 곳으로 옮겨 눕히고, 입고 있는 옷의 단추 등을 풀러 헐렁하게 해줘야 한다. 물이나 식염수를 섭취한 상태에서 시원한 온도를 유지해주는 게 좋다.

열사병은 일사병과 달리 뜨거운 햇볕 아래 있지 않아도 나타날 수 있다. 40℃ 이상의 체온 상승을 비롯해 빈맥·동공 흔들림·의식 악화·전신경련 등이 열사병의 주요 증상이다.

열사병이 발생한 경우에는 구급차를 부르고, 응급시설이 잘 갖추어진 병원에 최대한 빨리 환자를 옮겨야 한다. 구급차가 오기까지는 30℃ 정도의 미지근한 물을 몸에 끼얹으면서 선풍기로 식히는 게 올바른 대처요령이다. 폭염 때문에 땀을 많이 흘렸다면 수분이 많은 과일, 이온음료 등으로 적절한 전해질과 수분 보충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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