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테마토크] ‘어벤져스 3’와 ‘탐정: 리턴즈’의 경고

입력 : ㅣ 수정 : 2018-06-04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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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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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진모 칼럼니스트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그 인기만큼 많은 화제를 낳고 있다. 특히 목적을 위해 사랑하는 수양딸 가모라까지 희생시키는 타노스의 정체성이 큰 논란을 야기했다. 가모라의 행성과 자신의 타이탄 행성의 인구 절반을 죽였지만, 그 배경이 사리사욕이나 단순한 광기가 아닌 종의 보존이란 대의명분을 주장한 때문이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기에 종 전체가 멸절될 위기였다. 종족 보존을 위해 열성의 개체에게 희생을 요구한다면 순순히 따를 리 만무할 것. 그래서 인위적인 조정을 한 것이다. ‘소울스톤’을 얻는 데 희생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는 망설임 없이 가모라를 낭떠러지로 민다. 건틀릿에 6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장착하려는 것은 전 우주를 재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인구의 절반을 줄여 모든 종을 보존시키기 위해서다.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가 신화가 없고 역사가 짧은 미국 정체성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한 ‘아메리칸 그리스 신화’였다면 ‘어벤져스’는 ‘아메리칸 로마 신화’라고 할 수 있다. 타노스는 타나토스(공격적인 죽음의 본능)와 그리스 신화의 티탄 신족의 왕이자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의 조합이다. 그가 타이탄 행성의 왕인 게 그 증거다. 타노스의 논리는 미국이 독립하고 프랑스가 혁명을 일으킨 격동의 18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멜서스를 연상케 한다.


멜서스는 저서 ‘인구론’에서 인구 증가가 식량 증가를 압도하게 될 것이니 전쟁, 기아, 질병 등의 적극적 억제나 출산율을 낮추는 예방적 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적극적 억제보단 결혼을 늦추거나 출산을 자제하는 등 성욕을 제어하는 예방적 억제를 권장했다. 인구론은 기득권층인 멜서스가 앙시엥 레짐(구체제)이 무너지는 걸 두려워한 데서 나온 이론이라는 해석들이 있다. 그는 국가 재정의 위기를 우려하며 빈민 구제와 사회 복지마저 반대했다. 빈자는 죽게 내버려 두고 부자만 살자는 얘기다.

어쩌면 타노스는 미국의 독립과 프랑스 혁명에 충격을 받은 멜서스를 포함한 영국의 기득권층을 비꼬는 미국의 조소일 수도 있다. 타노스는 ‘왓치맨’(2009)에도 있다. 슈퍼 히어로들로 구성된 자경단 왓치맨의 멤버 코미디언이 살해되자 동료들이 진상 조사에 나선다. 멤버 중 갑부인 오지만디아스가 제3차 세계대전을 막아 60억 명을 살리고자 수십만 명을 죽이겠다는 음모를 꾸민 것. 개봉을 앞둔 ‘탐정: 리턴즈’도 멜서스와 ‘매트릭스’를 닮았다. 재벌과 유명인사, 최고 지성인 등은 카르텔을 형성해 이른바 ‘쓰레기’들을 희생시키는 범죄를 저지르면서 체제 유지를 위해 정당하다는 아전인수식 논리를 펼친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배양한 뒤 ‘연료’로 사용하는 ‘매트릭스’(워쇼스키 자매ㆍ1999)나 부자들이 자신의 DNA로 클론을 만든 뒤 큰 병에 걸렸을 때 치료를 위해 클론의 인권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무차별 희생시키는 ‘아일랜드’(마이클 베이ㆍ2005)도 매우 유사하다. 오지만디아스는 자만심을 앞세운 프로파간다와 포퓰리즘으로 대표되는 고대 이집트 제19왕조의 3대 왕이다. 멜서스, ‘매트릭스’의 AI, ‘아일랜드’의 갑부 링컨과 박사 메릭, ‘왓치맨’의 오지만디아스, ‘어벤져스’의 타노스, ‘탐정: 리턴즈’의 부자와 지성의 카르텔 등은 모두 ‘이음동어’다. 어긋난 선민의식, 특권의식 또는 우월감에서 비롯된 집단이기주의가 세상을 불공평하고 불평등하며 암울하게 만든다는 경고!
2018-06-0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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