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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의 양복 차림, 18년 전 군복 입었던 조명록과 왜 달랐나

김영철의 양복 차림, 18년 전 군복 입었던 조명록과 왜 달랐나

입력 2018-06-02 09:40
업데이트 2018-06-0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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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대에 최초로 미국 대통령을 만난 북한 고위급 인사의 모습은 18년 전과 사뭇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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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며 미소 짓는 김영철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며 미소 짓는 김영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동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약 90분간 예방하고 나오면서 대화하는 중간중간 미소를 짓고 있다. 2018.6.2.
AP 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예방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흰색 와이셔츠에 남색 넥타이를 맨 어두운 색 양복 정장 차림이었다. 가슴에는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달았다.

이날 백악관에 도착해 존 켈리 비서실장의 안내를 받은 김영철 부위원장은 백악관 집무동으로 들어갈 때 다소 긴장된 표정이었다. 그러나 약 90분간 면담을 마치고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나올 때에는 이따금씩 미소를 지으며 손짓까지 해가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 10월 10일 조명록 당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군 총정치국장(인민군 차수)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로서 백악관을 방문, 빌 클린턴 대통령을 만났다.

그러나 그 풍경은 이번 만남과 크게 달랐다. 조명록 차수는 인민군 차수의 ‘왕별’ 계급장과 함께 훈장이 주렁주렁 가득 달린 군복을 입고 나타났다. 백악관 예장에 앞서 국무부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만났을 때에는 양복을 입었다가 이후 다시 갈아입은 것이기 때문에 그의 군복 차림은 의도적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2000년 10월 10일 미국 백악관에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을 만난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총정치국장(인민군 차수).  AFP 연합뉴스
2000년 10월 10일 미국 백악관에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을 만난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총정치국장(인민군 차수).
AFP 연합뉴스
당시 웬디 셔먼 대북정책조정관은 브리핑에서 그의 군복 차림에 대해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에 외무성 등 민간 측뿐만 아니라 군부도 함께하고 있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우리와 북한 주민, 그리고 (동북아) 지역에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나름의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조명록 차수의 군복 차림이 미국에 대한 북한의 호전성을 의도적으로 보인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그보다는 김정일 정권이 근본적으로 군사우선주의 통치 철학인 ‘선군 정치’를 내세웠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한 해석의 연장선에서 보면 김영철 부위원장의 양복 차림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 뒤 군부 중심의 통치에서 당 중심의 국가 운용 시스템을 복원해 온 것과 긴밀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김정일 체제에서 사실상 군부에 종속돼 하위 기관으로 전락했던 노동당의 역할을 복원시키고 군부에 대한 당의 통제 강화를 추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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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손짓 써가며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
김영철, 손짓 써가며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동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예방한 뒤 함께 나오며 손짓을 써 가며 대화하고 있다. 제일 오른쪽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2018.6.2
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면담 뒤 기자들에게 김영철 부위원장을 ‘북한에서 두번째로 힘 있는 사람’(second most powerful man in North Korea)으로 지칭했다. 18년 만에 미국을 찾은 북한의 ‘2인자’가 군 인사에서 당 인사로 바뀐 상징적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김영철 부위원장 역시 총참모부 정찰총국장 등을 지낸 정통 군 출신이다. 그렇지만 현재는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으로서 한반도 관계 전반에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도 이번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미 관련 브리핑에서 그를 ‘(노동당) 부위원장’(Vice Chairman)으로 일관되게 지칭하고 있다.

이날 미국 측이 김영철 부위원장에 대해 켈리 비서실장이 영접을 나오고, 트럼프 대통령이 차량 탑승까지 배웅까지 하는 등 각별한 대우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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