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순건의 과학의 눈] 라돈보다 더 심각한 방사성물질 제품은

입력 : ㅣ 수정 : 2018-05-2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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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폐암을 일으키는 방사성물질이 우리 주위에 흔하다는 것에 대해서도 많이들 놀라고 있다. 사실 라돈은 자연에 존재하는 기체로 헬륨처럼 다른 원소들과 반응하지 않고 공기보다 무거워 아래로 가라앉는 성질이 있다. 반감기가 3.8일밖에 되지 않는 라돈222는 다 사라졌어야 할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자연에 꾸준히 존재하는 것일까.
라돈222는 반감기가 44억년이 넘는 우라늄238이 수차례 방사능 붕괴를 해 만들어진다. 우라늄238은 주석만큼 지구 표면에 많이 존재하는 흔하디흔한 물질로 가격도 유연탄의 4분의1 정도로 저렴하다. 따라서 자연 상태의 라돈222가 우리 주변에 흔하다는 것은 놀랍지 않은 일이다.
남순건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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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순건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인류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있었던 방사능은 100여년 전 인간에게 처음 알려진 뒤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안겨 주는 존재가 됐다. 1920년대에는 방사성물질인 라듐을 첨가한 에너지드링크가 현재 시세로 한 병에 2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건강을 위해 매일 몇 병씩 마시던 에벤 바이어스란 사람은 방사성물질이 뼈에 침착돼 턱을 잃고 두개골에 구멍이 나고 결국 뇌종양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1930년대 프랑스에선 얼굴을 밝게 빛나게 해 준다며 토륨과 라듐이 포함된 화장품이 출시됐다. 물론 방사능이 내뿜는 빛 때문에 어두운 밤에도 얼굴은 환하게 빛났을 것이다. 독일에서는 방사능 초콜릿이 나오기도 했다. 1940년대 독일에서는 라디움 치약이 판매된 적도 있다.

필자의 어린 시절 대중목욕탕에는 라돈탕, 오존탕이란 게 있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건강에 도움을 준다며 음이온, 은나노물질 등을 앞세운 상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엘리베이터에는 음이온 공기정화기들이 설치돼 있다. 수십만원씩 하는 게르마늄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음이온이 냄새 제거와 살균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연에서와는 달리 공기청정기에서는 고압의 전기로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공기 중 산소로부터 오존이 만들어진다. 오존은 인체에 유해하기 때문에 음이온 공기청정기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은 제품이다.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제품으로 음이온을 만든다 생각하면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나노물질은 뇌에 침투해 해를 끼칠 수 있다는 나노 유해성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대표적 나노물질 ‘C60 플러린’을 발견해 1996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리처드 스몰리 박사가 62세 나이에 뇌종양으로 사망한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방사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연구하던 마리 퀴리가 암으로 사망한 것도 그렇다. 무지 때문에 돈을 낭비하는 것을 넘어 건강까지 해치게 된다면 그 손해는 너무 크다.

라돈이 무섭다고 걱정하지만 그보다 심각한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제품이 우리 주변에 있다. 바로 담배다. 담배에는 수천 가지 유해 발암 물질 외에도 폴로늄210이 포함돼 있다. 반감기가 138일인 이 물질은 인산염 비료에 미량 들어 있다가 재배 과정에서 잎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폴로늄210은 담배연기와 함께 폐에 들어가 다른 유해성분인 타르와 섞여 폐포에 붙어 있다가 알파 입자를 내면서 유전자를 파괴한다. 알파 입자는 종이 한 장이나 피부로 막아 낼 수 있으나 폐에 들어가면 보호해 줄 피부가 없어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킨다.

라돈222는 자연에 존재하는 것이니 잦은 환기 등을 통해 그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일부러 폐에 방사성물질을 흡입하게 만드는 담배는 당장 없애야 하는 나쁜 상품이다. 특히 간접흡연은 어마어마한 방사능을 나에게 뿜어대는 것이기 때문에 흡연자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질 수밖에 없다. 눈앞에 보이는 세수와 흡연자들의 표를 의식해 담뱃값을 올리지 못하는 정부는 이제라도 국민 건강을 생각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 담배연기에는 라돈보다 더 심각한 방사성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2018-05-2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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