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눔] 골목상권 보호 안전판 vs 소비자 선택권 축소

입력 : ㅣ 수정 : 2018-05-28 23:40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어묵 등 생계형 적합업종 ‘대기업 진출 금지’ 국회 통과
위반때 이행강제금 부과 ‘처벌’
대기업 “전체 시장 규모 축소
소상공인보다 중견기업 이익”


어묵과 두부 등의 업종에 대기업 진출을 제한하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이 28일 국회를 통과했다. 골목 상권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판이 마련된 것이다. 반면 국내 대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소비자 선택권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별법은 대기업에 대해 5년 동안 특정 업종의 인수·개시·확장을 금지하는 게 핵심이다.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73개 업종이 잠재적 대상이다. 소상공인 단체가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하면 동반성장위원회 실태조사, 중소벤처기업부 심의 등을 거쳐 중기부 장관이 최종 확정한다. 당장 다음달 말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기한이 만료되는 두부, 어묵, 순대, 김치, 전통떡, 유리 등 47개 품목부터 신청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대기업에 ‘권고’하는 수준이었다면 생계형 적합업종은 법적 강제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실효성이 없다는 소상공인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대기업이 이를 어겼을 때 받는 제재 수위도 강화됐다. 중기부 장관은 제도를 위반한 대기업에 시정 명령을 한 뒤 해당 대기업이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매출액의 5% 범위 내에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이러한 처벌 규정이 없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대기업 침탈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막이 마련됐다”면서 “건전한 경제 생태계가 열릴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다만 생계형 적합업종이 오히려 소상공인에게 피해를 불러오고,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이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의 광고, 제품 개발 등을 통해 시장 자체가 커지는 효과가 있다”며 “대기업의 진출을 막으면 전체 시장의 크기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10명 가운데 1, 2등에게 시험을 못 보게 한다고 해서 9, 10등이 갑자기 선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법 취지와 다르게 (소상공인보다) 중견·중소기업 등이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통상 마찰의 단초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국내 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이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가 수입 상품에 불리하게 적용된다’며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심의 과정에서 소비자 후생, 통상 마찰 가능성,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대기업 진출을 승인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2018-05-29 8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블로그

/

    건강나누리캠프

서울Eye - 포토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