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기업 절반 신용등급에 ‘거품’ 있다

입력 : ㅣ 수정 : 2018-05-24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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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공시 135개사 중 53%는
자체신용도, 최종 등급보다 낮아
정부·모기업 지원 후광효과 존재


금융사 63곳 중 50곳 등급 떨어져
일반기업, 금융사 보다 거품 적어
금감원 “기업 자금조달 영향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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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발행을 위해 신용평가를 받는 금융사와 기업 절반가량은 정부나 모기업 지원 가능성을 배제할 경우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나 모기업 후광효과에 기댄 ‘신용 거품’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이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체신용도를 공시한 135개사(금융사 포함) 중 72개사(53.3%)는 자체신용도가 최종 신용등급보다 낮았다. 자체신용도는 정부나 모기업, 계열사 등의 지원 가능성을 제외한 개별 기업의 자생력(독자적 채무 상환능력)을 말한다.

그동안 자체신용도는 신용평가사가 신용등급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측정되지만 공개하진 않았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금융사의 자체신용도를 공시토록 한 데 이어 올해는 일반 기업까지 확대했다. 2013년 동양 사태 등을 계기로 신용평가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금융사(63개사)의 경우 자체신용도가 신용등급보다 낮은 곳이 50개사(79.4%)였다.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한국캐피탈, 하나에프앤아이 4곳은 2등급, 나머지는 1등급씩 낮았다. 나머지 13개사(20.6%)는 자체신용도와 신용등급이 같았다.

업종별로 보면 은행 11개사와 카드 7개사는 모두 자체신용도가 신용등급을 밑돌았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은행은 부실에 빠져도 정부가 공적자금 등을 통해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카드사는 대부분 금융지주나 대기업 계열사다. 이런 점이 반영돼 실제 재무 상태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받는 것이다. 반면 증권사는 20개사 중 12개사만 자체신용도가 신용등급에 미치지 못했고, 8개사는 같았다. 상대적으로 ‘빵빵한’ 모기업을 둔 경우가 적기 때문이다.

일반 기업(72개사)은 금융사에 비해 신용등급 거품이 적었다. 자체신용도와 신용등급이 같은 곳이 48개사(66.7%)였다. 자체신용도가 낮은 곳은 22개사(30.6%)에 그쳤다. 특히 현대오일뱅크와 두산은 반대로 자체신용도가 신용등급보다 1등급 높았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두산그룹의 주력사인 두 기업은 다른 계열사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아 ‘제값’보다 신용등급이 깎인 것이다. 대규모 기업집단을 봤을 때 SK(7개사)·LG(6개사)·롯데(3개사)·두산(2개사) 순으로 등급에 차이가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

자체신용도 공시가 회사채 발행 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신용등급이 A-인 한 기업은 자체신용도가 2등급 낮은 BBB에 그쳤다. 민간 채권평가사가 A- 회사채에 매기는 금리는 연 4.045%, BBB는 6.016%인데 이 기업 회사채 금리는 3.759%로 결정됐다. 자체신용도보다는 신용등급에 가깝게 금리가 매겨진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체신용도 공시가 기업 자금 조달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금리가 결정되는 시장 관행으로 인해 영향이 미미했다”며 “자체신용도와 신용등급 간 차이가 적정한지 여부 등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2018-05-2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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