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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또 충돌…‘성폭력 불기소’ 지휘에 기소의견 송치 강행

검-경 또 충돌…‘성폭력 불기소’ 지휘에 기소의견 송치 강행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5-21 09:38
업데이트 2018-05-2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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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수사팀 질책…양심자유 침해”, “정상적 지휘…법리문제 지적”

검찰과 경찰이 이번엔 성폭력 사건 처리를 두고 또다시 정면 충돌했다.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넘기라는 검찰의 수사지휘에도 이를 거부하고 ‘기소의견’으로 송치를 강행하자 담당 검사가 경찰 수사팀을 질책하는 등 갈등을 빚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놓고 두 기관의 신경전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일선 수사 현장에서도 검찰의 수사지휘권에 대한 경찰이 반발이 표면화하는 양상이다.

21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양천경찰서는 이달 8일 내연녀 딸을 수년간 성폭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60대 남성 A씨를 기소의견으로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했다.

또 경찰은 성폭행을 묵인하고 방조한 혐의를 받는 피해자의 어머니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A씨는 내연녀 딸인 B씨가 고등학생이던 2007년부터 수년간 B씨를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지난해 12월 A씨를 검찰에 고소했으며 경찰은 검찰 지휘를 받아 사건을 수사해왔다. 하지만 이 사건 조사결과를 놓고 경찰과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경찰 수사기록을 검토해온 검찰은 A씨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넘기라고 경찰에 지휘했다. 법리상 문제로 공소를 제기(기소)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11년 전부터 사건이 발생한 점이나 피해자가 미성년이었다가 성년이 된 점 등에 비춰 검찰은 A씨의 성폭행 혐의를 입증할 자료가 충분했는지와 더불어 법리적 쟁점까지 따져봤을 것으로 보인다.

검사는 공소시효가 지났는지 등을 살펴보고 나서 경찰 수사팀에 A씨를 재판에 넘기기 어렵다는 뜻을 표시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경찰은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고, 신빙성이 있다며 그대로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이에 담당 검사는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수사지휘에 불응하는 것이냐’며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 지휘를 받게 돼 있다. 또 검사 지휘를 받아 기소·불기소에 대한 의견을 기재한 뒤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는데 피의자를 재판에 넘길지를 결정하는 것도 검찰의 권한이다.

경찰은 이런 점을 감안해도 검찰과 다른 의견을 냈다고 해서 수사지휘권에 불응했다며 검사로부터 질책까지 받는 것은 지나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의견이 엇갈릴 경우 경찰은 경찰 판단대로 의견을 적되 검사 의견을 병기해 사건 기록을 넘기는 게 관례라고 주장한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를 재판에 세울지 안 세울지 최종 판단은 검찰의 몫이지만 경찰 나름대로 ‘의견’을 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수사관 의견마저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면 이는 양심의 자유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송치 과정을 둘러싼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법리상 문제로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지휘를 내렸던 사건”이라며 “경찰 의견을 받아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사건을 수사 중이고 성폭력 사건은 민감한 문제라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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